일선 유치원 “오늘은 서글픈 날” 한숨
빚 없이 자기자본금 갖춰야 유치원 인가대출받아 설립했다는 인터뷰 어이없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연기 여부에 대해 무응답한 서울 도봉구 한 유치원 문이 굳게 닫혀 있다.2019. 3. 4.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지난해 한유총을 탈퇴한 유치원 원장 A씨는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유총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유총은 “개인 재산을 담보로 빚을 내 유치원을 설립한 만큼 사유재산으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치원은 대출 없이 100% 자기자본금으로 설립해야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유치원이 설립자의 자금 사정에 의해 갑작스럽게 문을 닫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다. “유치원 수익금의 일부를 시설사용료로 인정해 달라는 것도 소수의 대형 유치원이나 가능한 일입니다. 대다수 유치원은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하기도 빠듯한데….” A씨는 “유치원을 사업으로 여기는 집행부 때문에 교육에 뜻이 있는 전체 원장들까지 비리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면서 “오늘은 서글픈 날”이라고 했다.
한유총의 ‘유치원 개학 연기’가 현실화된 4일, 한유총을 둘러싼 일선 유치원 원장들의 시선에는 온도 차가 감지됐다. 한유총 행태에 동의할 수 없다며 탈퇴한 원장들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한유총에 남아 있는 유치원들은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여전히 집행부 눈치를 보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유총 소속이지만 개학 연기를 철회한 경기 화성의 유치원 원장 B씨는 “학부모들이 대부분 직장에 다니는데 입학을 연기하면 곤란을 겪을까 봐 그대로 개학한 것”이라면서 “한유총 입학 연기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화성의 또 다른 유치원 원장 C씨는 “개인적 소신 때문에 개학 연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한유총 집행부가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라면서 “교육부가 우리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책임을 정부로 돌리기도 했다.
유치원 원장들은 유아들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부당함을 스스로 느끼면서도, 지역별로 유치원 네트워크를 장악한 집행부 아래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통로가 제한돼 집행부의 일방 주장에 휩쓸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 집행부와 입장을 달리할 경우 인신 공격에 시달리게 된다고 했다. 지난해 한유총을 탈퇴한 원장 D씨는 “조금만 다른 목소리를 내도 지역별로 운영되는 단체 대화방에 휴대전화 번호를 올려 문자폭탄을 유도하고 ‘배신자’라며 인신공격을 쏟아낸다”면서 “지역 내에서 얼굴을 계속 마주쳐야 하는 원장들은 집행부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19-03-05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