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1763일만에… 단원고 ‘명예졸업식’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로 세상을 떠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7반 전찬호 학생의 아버지 명선씨가 12일 학교 소강당에서 열린 명예졸업식에서 아들 대신 받아 든 졸업장을 손에 꼭 쥐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없었다면 대학 졸업반인데…”
미수습자·제적처리 논란에 3년 늦게 열려
“언젠가 다시 만나자” 후배 편지에 울컥
유은혜 부총리 “남은 일들 해결에 최선”
‘세월’에 묻혀 3년 늦게… 단원고 250명 눈물의 졸업식
아이들이 모두 돌아와 저 자리를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가능한 일임을 알기에 가족들은 마르지 않는 눈물만 또 떨군다. 12일 경기 안산 단원고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명예졸업식에서 아이들 이름이 적힌 250개의 의자에 꽃다발이 놓여 있다. 졸업식은 사고 발생 약 5년 만에 열렸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희생 학생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의미로 학교장이 희생 학생 250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12일 경기 안산 단원고교 4층의 소강당. 이 학교 양동영 교장은 출석 부르듯 아이들 이름을 호명했다. 약 15분 동안 250명의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2014년 4월 16일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려 세월호에 몸을 실었다가 침몰 참사로 세상을 떠난 단원고 2학년생들이었다. 연단 아래 좌석에서는 희생자 부모들의 꽉 깨문 입술 사이로 애끊는 오열만 새어 나왔다.
단원고는 이날 숨진 2학년생 250명(미수습자 2명 포함)의 명예졸업식을 진행했다. 사고 발생 1763일 만이다. 사고가 없었더라면 2016년 1월 졸업했어야 했다. 3년이 더 흘러 뒤늦은 졸업장을 하늘에서 받았다. 단원고는 “유족들이 올해 명예 졸업식을 해 달라고 의견을 전달해 와 행사를 열었다”고 했다. 전명선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전 운영위원장은 “3년 전엔 (시신) 미수습자 가족들이 수습 활동을 하던 때라 졸업식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평범한 졸업식처럼 해방감에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축하의 박수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졸업식장을 채운 파란 의자 200여개의 등받이에는 희생자의 이름과 학년, 반, 번호 등이 적혀 있었고 꽃다발이 놓였다. 아이 대신 가족들이 자리를 채웠다. 부모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시간을 견뎠다. 자리마다 놓인 졸업장과 졸업 앨범을 넘겨보다가 눈시울이 붉어져 덮는 이도 있었다. 먼저 떠난 아이의 빨지 못한 교복을 입고 참석한 부모도 보였다. 졸업식에는 유가족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차마 빨지 못한 아들 교복 입은 엄마
12일 경기 안산 단원고 강당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 학생 명예졸업식에 참석한 신호성 학생의 어머니 정구자씨가 아들의 교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다. 아들의 냄새를 잊지 않기 위해 교복을 한 번도 빨지 않았다는 정씨는 “아들이 졸업장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교복을 입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인사말을 하려고 연단에 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감정이 복받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유 부총리는 “부모님들 뵙고 손도 잡고 인사드리겠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이제서야 명예졸업식을 갖게 된 것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다짐했던 일 중) 해결해야 할 많은 일이 남았다는 점을 안다. 교육부 장관이자 부총리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아이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5년간 부단히 싸웠다. 단원고와 경기교육청이 2016년 생존 학생들을 졸업시키면서 관행적으로 희생 학생 전원을 제적 처리하자 가족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희생 학생의 학적이 복원됐다. 단원고 안에 추모조형물과 기억공간도 만들었다. 유경근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졸업식이지만) 마음이 좋지 않다.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 외에 위안이 될 수 있는 건 없다”면서 “그럼에도 명예졸업식을 하는 건 피해 학생을 일방적으로 제적 처리해 유가족의 명예를 더럽히는 관행을 끝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9-02-13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