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재개’ … 학부모는 혼란, 사교육시장은 들썩

표류하는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재개’ … 학부모는 혼란, 사교육시장은 들썩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19-02-01 23:20
수정 2019-02-0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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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A(37)씨는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이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영어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있다. 유치원에서 방과후 수업으로 영어를 접해와서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방과후 영어 수업에 보낼 생각이었지만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영어 수업이 새학기부터 재개될지 불확실해져서다. A씨는 “아무것도 안 하려니 지금까지 영어를 접해왔던 흐름이 끊길 것 같다”면서 “학교에서 받을 수 있던 영어교육을 사교육으로 돌리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지됐던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이 올해 재개될지 불투명해지면서 학부모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방과후 영어수업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관련법 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다. 자녀를 방과후 영어수업에 보내려던 학부모들이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면서 영어 사교육 시장만 들썩이고 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지난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2월 임시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학부모 수요 조사와 강사 선발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3월 새 학기 시작과 동시에 수업이 이뤄지기에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학교에서의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는 영어 사교육 시장의 수요와 마케팅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가 금지되자 영어학원과 영어교육업체들은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강의와 프로그램, 전집 등을 앞다투어 내놓은 바 있다. 한 유명 영어교육 업체는 지난달 7~9세가 가정에서 기초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방과후 영어 수업 재개 여부가 불확실한 틈을 타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한 프랜차이즈 영어학원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 재개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자녀의 영어 학습에 대한 상담을 해보시라”고 홍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초등 1~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을 재개하면 사립초등학교와 공립초등학교 간 영어교육 격차가 커질 것이라며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허용 방침을 밝히자 사립초등학교가 방과후 영어 몰입교육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내놨다. 때문에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 조치를 두고 사립초등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킬 예정인 학부모들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방과후 영어가 허용되는 순간 사립초등학교에서의 과도한 영어교육이 부활할 것”이라면서 “‘사립초-국제중-특목·자사고’로 이어지는 특권교육 트랙을 강화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 조치가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자녀의 영어교육을 해결하려던 학부모들마저 사교육으로 내몬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립초등학교에서의 방과후 영어수업을 필요로 하는 학부모들은 영어 사교육을 시키기에 형편이 여의치 않거나, 초등 저학년생에 대한 영어 사교육에 거부감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부모 B(38)씨는 “학원에 보내면 체계적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겠지만 방과후 수업을 통해 영어에 친숙해지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많다”면서 “맞벌이 부부는 집에서 ‘엄마표 영어’를 하거나 방문교사가 오는 학습지를 시키기도 쉽지 않아 학교에서 하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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