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논·서술 확대… 공정 평가 가능할까

중학교 논·서술 확대… 공정 평가 가능할까

유대근 기자
입력 2018-12-13 00:42
수정 2018-12-13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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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년 1과목 이상 객관식 폐지

주관식 시험·수행평가 45% → 50%
제주·대구, 토론수업 시범운영 추진
조희연 “평가기준 공개… 전수 점검”
일부 교사 “업무 부담 가중”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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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학교 현장의 탈(脫)객관식 바람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교과서 속 지식을 암기해 오지선다 문제를 푸는 현행 수업·평가 방식으로는 창의적 사고력으로 무장한 미래 인재를 키울 수 없다는 교육·산업계 지적 때문이다. 서울 지역 중학교에서는 중간·기말고사 때 일부 과목의 객관식 출제를 금지하고, 제주 등에서는 고교 단위에서 토론·논술형 교육체계 시범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채점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여지가 있어 확대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12일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기 수업·평가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학생들에게 미래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내년부터 초등·중학교에서 학생끼리 협력해 문제를 푸는 팀프로젝트를 늘리고 과정 중심 평가를 확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중학교의 서·논술형 평가 확대 정책이 눈에 띈다. 서울교육청은 내년 모든 중학교에서 국어·영어·수학·사회(역사, 도덕 포함)·과학(기술가정, 정보 포함) 등 5개 교과군 가운데 학기당 1개 이상을 택해 객관식 시험 없이 논·서술형과 수행평가로만 학생을 평가하게 할 계획이다. 또 중학교의 서·논술형 시험과 수행평가 비중을 현행 45%에서 5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해진 답을 써내기만 하는 ‘단답형 서·논술형 문항’을 내지 못하도록 지도·점검도 한다.

교육부도 전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서·논술형과 과정중심 평가를 활성화해 학생들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길러주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전국 초등·중학교 34곳을 연구학교로 지정해 서·논술형 시험 등을 위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 경험을 다른 학교들로 확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와 대구에서는 고교 단위에서 객관식 벗어나기를 시도 중이다. 두 교육청이 도입 추진 중인 인터내셔널바칼로레아(IB)는 토론식 수업을 하고 서·논술형으로 시험을 보는 국제 교육과정이다. 제주교육청 관계자는 “IB 도입이 확정된다면 이르면 2020년 1~2개 고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대에 맞는 진짜 지식을 배우려면 토론식 수업과 서·논술형 평가가 필요하다’는 대원칙에는 다수가 동의하지만 현장에 뿌리내리는 과정은 험난할 가능성이 높다. 평가의 공정성 논란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논술형 시험은 채점 때 평가자의 주관에 따라 점수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조 교육감도 이날 “(공정성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시대적으로 (객관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평가 혁신의 큰 방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평가기준을 사전 공개하고 매년 두 번씩 내신 시험 관련 전수 점검을 하는 등 공정성 확보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토론식 수업을 당장 늘리려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실제 올해 객관식에서 탈피한 평가 방식을 도입했던 서울 21개 평가선도학교 중 7곳은 “다시 사업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업무 부담이 심해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8-12-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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