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나고 어수선 분위기에 특강 개설
학생들 “코르셋 강의… 명백한 성차별”교육계 “교육과정 조정 등 근본 고민해야”
다음달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새내기 메이크업’ 등 특강을 계획했던 서울 D여고의 학생이 지난 19일 교장에게 보낸 편지. “학교에서 외모 가꾸기보다는 다른 지식을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긴 이 편지는 특강 계획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 캡처
서울의 A여고는 지난 27일 고3 학생을 대상으로 “피부 톤에 어울리는 화장과 코디법을 알려주겠다”며 ‘퍼스널 컬러’ 수업을 열었다. 이 학교 학생 B양은 “평소 화장을 금지하던 학교가 수능이 끝나자마자 이런 수업을 열어 당황했다”면서 “여고라서 이런 수업을 한다고 생각하니 씁쓸했다”고 말했다.
전북의 한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도 같은 날 메이크업 수업을 진행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C양은 “여학급 위주로 수업이 진행돼 여자는 화장을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느껴져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학교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마련했다”면서 “남녀 구분은 특별히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의 D여고는 다음달부터 고3 학생을 대상으로 마련한 특강 9회 중 3회를 메이크업, 패션, 건강한 몸매 만들기 수업으로 계획했다가 학생들로부터 ‘코르셋 특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 학생은 지난 19일 교장에게 “그렇지 않아도 다이어트와 화장이 강요되는데 학교에서 외모 가꾸기보다는 성인에게 필요한 지식을 가르쳐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서울의 한 여고에서 다음달부터 고3 학생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 계획서. 새내기 메이크업, 패션 스타일링, 건강한 몸매 만들기 등 강의도 잡혀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학생들의 반발로 결국 다른 수업으로 대체됐다. 트위터 캡처
사실상 교육 과정이 끝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짜는 교사들은 학생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항변한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은 학교 밖 활동이나 학원에 가기를 원하지만 학교 수업 일수를 채워야 해 기존에 해오던 특강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교육 당국 관계자는 “수능 이후 공백을 유익하게 활용하기 위해 교육과정 조정 등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18-11-29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