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겨울 각 5주간 방학 등 조건 요구도
정부가 학부모 동의 없이 사립유치원을 문 닫을 수 없도록 하는 등 사립유치원 사태에 강공 노선을 명확히 하자 일부 유치원들이 원아 수를 줄여 폐원을 유도하는 등 꼼수를 쓰고 있다. 유치원 지원 시즌을 맞아 학부모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태 이후 일부 유치원들이 원아모집을 하면서 학부모에게 무리한 조건을 내세워 일부러 정원을 채우지 않으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울산의 한 사립유치원은 최근 학부모에게 원아 진급 신청서를 보내면서 ▲수업시간 오전 8시 40분∼오후 12시 40분 ▲여름·겨울 각 5주간 방학 ▲점심 도시락 지참 ▲자가 등·하원 등의 열악한 조건을 내걸었다.
이 유치원은 또 “누리과정 지원금 22만원을 학부모가 국가에서 직접 받아 납부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누리과정 지원금은 원아가 유치원에 등록하면 교육청이 유치원에 지급하는 형식이라 학부모가 이를 받아 납부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다는 학부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그만두라는 말과 다를 바 없는 허울뿐인 진급 신청서를 보고 (진급을) 신청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다”면서 “아무 힘도 없는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이라고 지적했다. 울산교육청은 해당 유치원에 대해 12일 특별감사를 벌이고, 위법 사항 등이 발견되면 사법기관 고발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교사들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유치원이 폐원하면 실업자가 될 판인데 보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폐원 결정을 한 사립유치원의 교사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용보험에 들어 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고 1년마다 직장을 옮길 수 있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퇴직금 급여(지급)가 안 된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사립유치원 교사는 고용보험이 아닌 사학연금 가입 대상자로 분류돼 있어 실업급여를 청구할 수 없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8-11-12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