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침해 트라우마 시달리는 교사들
중학생 딸 ‘왕따’ 앙심…초교 담임 찾아학생 20여명 앞에서 폭행한 42세 엄마
치마 속 상습 촬영 SNS 올린 남고생들
퇴학 징계받자 불복해 재심 신청하기도
최근 교권 침해 수준이 점점 험악해지면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학교폭력 처리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밤낮 없이 전화·문자로 민원하는 일부 학부모 탓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교원단체는 “교사를 보호할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8일에는 전북 고창군의 한 초교에서 여성 A(42)씨가 교실에 난입해 여교사 B(45)씨의 뺨을 2~3차례 때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교실에는 학생 20여명이 있었다. B씨는 3년 전 전주의 한 초교에서 A씨 딸의 담임교사였다. 당시 A씨 딸이 집단 따돌림 피해를 봤는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권고해 ‘화해’로 마무리됐다. A씨는 중학교에 진학한 딸이 최근 비슷한 사건에 휘말리자 격분해 초교 시절 담임을 찾아와 해코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교원단체인 실천교육교사모임은 11일 성명을 내고 “민주화 과정 속에서 정당한 공적 권위까지 흔들리고 있다”면서 “정당한 공무집행 방해 사안을 엄벌하고, 교육청에 교권 전담변호사를 고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8월 경남의 한 고교에서는 ‘몰카 사건’이 발생해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2학년 남학생 4명이 수업 중 여교사 3명의 치마 속을 스마트폰으로 5차례 촬영하고 인적관계망서비스(SNS) 비밀 단체 대화방에 공유했다가 발각됐다. 학교 측은 촬영을 주도한 4명과 동영상을 유포한 2명 등 6명을 퇴학시켰는데 학생들이 징계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다.
●한 명이 민원·소송 100번… 일상적 침해 심각
일상적 교권 침해도 교사를 괴롭게 한다. 학교폭력 처리를 둘러싼 악성 민원이 대표적이다. 제주에서는 최근 한 학부모가 아이가 다니는 초교를 상대로 100건가량의 민원과 소송을 제기해 교원 사회의 반발을 샀다. 학교 측은 청소 시간에 학생끼리 사소하게 다툰 정도로 판단해 가해 학생에 ‘서면사과’ 조치했는데 학부모 측이 추가 보호 조치를 요구하며 민원과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전의 한 초교에서는 학교폭력 탓에 서면사과 조치를 받은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따를 수 없다”며 수차례 민원을 내고 공개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교사가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병가휴직하기도 했다. 교총 관계자는 “학교폭력에 대해 교사가 자율 판단해 해결할 권한을 전혀 주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밤낮없는 전화·문자… 보호 제도 정비 절실”
퇴근 뒤 날아드는 학부모들의 전화와 문자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다. 교총이 지난 6월 유·초·중·고교 교원 18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6%가 스마트폰을 통한 교권 침해가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한 편이라고 답했다. 술에 취한 학부모가 전화해 처지를 하소연하거나 욕설하는 등의 사례가 많았다.
교원 사회의 피로감이 커지자 교총은 최근 “교권 3법 개정안을 국회가 통과해 달라”며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교권침해 행위자를 교육감이 반드시 고발하도록 의무화하는 교원지원법 ▲각 학교에 설치된 학폭위를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으로 옮기는 내용의 학교폭력 예방법 ▲벌금 5만원 수준의 가벼운 처벌만 받아도 10년간 학교나 체육시설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일률 규제한 아동복지법 등의 개정을 요구한다. 교총 관계자는 “교육부가 학교폭력 제도 개선 방안을 숙려제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학폭위 이관 등의 안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교사들이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8-11-12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