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융합기초프로젝트’
“무작정 관광객 통행을 막기보다는 한옥의 창문을 부채로 가리고 사진 촬영을 하게 하면 좋지 않을까요?”성균관대·서울과학기술대·한성대 합동 ‘융합기초프로젝트’에 참가한 ‘가디언즈오브북촌’ 팀의 공성호(성균관대 화학공학 3)씨가 13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부채를 활용해 한옥 거주민의 사생활 노출을 막으면서 관광객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다.
성균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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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아이디어는 2가지다. 우선 한옥 대문에 적외선 센서를 붙여 관광객이 근접하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카메라 아이콘과 ‘X’ 표시를 공중에 쏴 사진 촬영이 안 된다는 점을 인식시킨다. 또 한옥 거주민들이 주로 창문 등 사생활 노출 위험이 있는 부분의 촬영을 꺼린다는 점에 착안해 한옥 창문 사진을 새겨 넣은 부채를 관광객에게 판매하고 부채로 창문을 가린 채 촬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발표를 맡은 공성호(성균관대 화학공학 3)씨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로 관광객 통금시간을 정하거나 출입을 막는 방식 등을 생각했는데 관광객과 거주민 모두 선호하지 않았다”면서 “공존 해법을 찾아 본 것”이라고 말했다.
한옥 모습을 담은 가림용 부채.
성균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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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총괄한 배상훈 성균관대 대학교육혁신센터장(교육학과 교수)은 “강의실에서 교과서만 파지 말고 사회에서 겪을 법한 경험을 미리 해 보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기업에 취업하면 학교나 전공, 성별, 나이 등 다양한 배경의 동료와 일해야 하는데 정작 대학에서는 그럴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69명의 학생들은 여름방학을 온전히 프로젝트에 쏟아부었지만 학점은 1점도 이수받지 못한다. 배 교수는 “학점이 걸리지 않아야 상상력 가득한 작품이 나오는 역설이 있다”고 말했다. 학점이 걸리면 학생들은 출제자 의도를 파악해 ‘실패하지 않을 법한 뻔한 답’만 써낸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에는 산불 끄는 기계 아이디어를 내놓은 팀이 우승했는데 산꼭대기에 열감지 폴대를 세워 360도 회전하며 감시하고, 산불이 나면 로켓을 쏴 순간 진공상태를 만들어 진화한다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당장 상용화 가능성을 떠나 상상력을 높게 평가받은 덕택에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아이디어를 낸 학생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싶다”고 제안할 정도였다고 한다.
13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성균관대에서 열린 성균관대·서울과학기술대·한성대 연합 융합기초프로젝트 ‘생각을 디자인하라’ 행사에서 성균관대 4학년 윤훈상씨가 오토바이 뒷좌석에 원단을 놓을 수 있는, 천 조각으로 만든 접이식 상자 ‘천리마’(천으로 말을 달리자)를 소개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8-08-14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