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30일 법원이 박희영(63) 서울 용산구청장의 참사 부실 대응 혐의 등을 모두 무죄로 선고한 것에 대해 “무죄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즉각 반발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년이라는 세월 동안 길거리에서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호소했고 책임을 가진 자들의 무책임과 무능을 계속 지적하고 이야기했다”며 “그런데도 오늘의 재판 결과는 너무나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부터 말씀드렸지만 특수본(경찰의 특별수사본부) 수사와 검찰의 수사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며 “그 부실하기 짝이 없는 수사 결과를 가지고 오늘의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의 1심 선고가 무죄로 나온 만큼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 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주목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특조위 조사를 통해서 분명하고 확실하게 이들의 잘못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박 구청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참사 전에 다중 운집에 의한 압사 사고가 재난안전법령상 재난 유형에 분류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참사 현장 도착 시간 등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한 혐의에 대해서도 박 구청장의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가 선고됐다.
박 구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반면 법원은 이임재(54) 전 용산경찰서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송병주(53)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는 금고 2년, 박모 전 112 상황팀장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참사 유가족들은 재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는 박 구청장에게 달려들거나 차량에 길을 막다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 유가족은 기자 간담회 중 법원 앞 차로에 뛰어들었다가 경찰과 다른 유가족에 의해 제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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