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 심해 예측도 힘든 ‘도깨비 장마’
옥천 ‘7m’ 무너져 50대男 1명 숨져안동·영양 일대에 ‘긴급재난문자’
경북 하천 범람·산사태 508명 대피
세계유산 공주 공산성 등 피해 속출
내일까지 중남부 최대 120㎜ 예고
집 마당까지 떠밀려 온 진흙 더미
8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집을 정리하던 경북 영양군 입암면의 한 주민이 집마당까지 떠밀려 온 진흙 더미와 쓰러진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영양 연합뉴스
영양 연합뉴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 경북 안동시 옥동과 영양군 영양읍 일대 읍면동에는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1시간 강수량이 50㎜ 이상, 3시간 강수량이 90㎜ 이상’이면 기상청이 직접 발송하는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수도권 이외 지역에 발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양군 영양읍에는 오전 1시 3분부터 4시 3분까지 3시간 동안 113.0㎜, 오전 3시 3분부터 4시 3분까지는 55.5㎜의 비가 쏟아졌다. 안동시 옥동에는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 시점을 기준으로 오전 3시 30분까지 1시간 동안 52.5㎜, 3시간 기준으로는 103.0㎜의 비가 내렸다. 한밤중에 내린 비로 경북뿐 아니라 중부지방과 충청에서는 도로가 침수되거나 하천이 범람해 주민들이 고립됐다 구조되기도 했다.
강한 비로 국가유산 피해도 잇따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 중 한 곳이자 사적인 충남 공주 공산성에서는 영은사에서 만하루·연지로 이어지는 탐방로 일부가 유실됐다. 나이가 7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인 경북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도 장맛비로 직경 35㎝의 가지 1개가 부러졌다.
야행성 호우는 올해 장마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점 중 하나다. 낮시간대 내륙에 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대기 하층의 빠른 바람인 ‘하층 제트기류’가 기온이 다소 떨어지는 밤에 내륙으로 진입해 비구름대가 몸집을 키우게 된다. 이때 해당 지역에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진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해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도 올해 장마의 특징이다. 뜨거워진 바다 등으로 많은 수증기를 머금은 불규칙한 저기압과 정체전선이 겹치는 현상이 과거보다 빈번해지면서 비가 내리는 시기나 강수량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중부지방에선 물난리가 나지만 남부지방에선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등 지역별 날씨 편차도 크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정체전선과 관계없이 소나기성 호우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2022년 장마 백서에서 “기후 위기로 인해 ‘장마’라는 전통적 표현의 수명이 다해 ‘한국형 우기’로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장마 기간이 과거 3~4주 정도에서 최근에는 8주 이상으로 길어졌고 국지성 폭우 등 불규칙성이 늘어나서다.
기상청은 이번 주 중부지방에 형성된 정체전선과 전선상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많은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9~10일 경기남부, 강원, 충청, 호남, 경북북부, 경남서부 등에는 최대 120㎜ 이상의 비가 퍼부을 수 있다. 제주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놓여 9일 체감온도가 최고 33도 내외까지 오르며 열대야도 나타나겠다.
2024-07-09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