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간 규정 없는 기록관, 12월 朴 전 대통령 재임 기록 공개…2년 9개월 만
관람객들 “朴 기록 왜 전시관에 없나요?”‘대통령의 하루’ 영상 등 5곳서 朴 없어
전직 대통령 틈에 ‘박근혜 숨은그림찾기’
기록관 “전시기간, 내부 규정 없다…
한정된 공간 내 한 번에 배치 한계”
학계 “기록관, 전시·교육·홍보 법적기능…
혈세 맞게 고객 중심 빠른 행정서비스 해야”
“잘잘못 떠나 역사 기록 공개…평가는 별도”
열흘 뒤 탄핵 1000일…朴기록 공개 주목
[K파일] 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지난 16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전시된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후보자 선거홍보물. 2019-11-24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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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가 밀집한 세종시의 주요 관광코스가 된 대통령기록관에 관람을 온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리고 비슷하게 한마디씩 한다. “여기도 없네?” 무슨 말일까.
● 2년 넘게 대통령기록관 자리 없던 박근혜
2016년 2월 세종시 다솜로에 개관한 대통령기록관에서 최근까지 흔적을 찾기 힘들었던 대통령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모든 기록물(1120만여점)은 탄핵을 당한 지 두 달 만인 2017년 5월 19일 대통령기록관에 이관을 완료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작성한 메모지, 전자문서 등 다양한 종류의 기록물들이 공개할 것과 비공개할 것 등등 콘텐츠 분류 작업을 1년 이상 거쳤다.
[K파일] 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지난 16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전시된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후보자 선거홍보물. 2019-11-24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실제 기자가 지난해 가을에 이어 올해 초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했을 때 기록관 1층 ‘대통령 상징관’에 전시된 유리판 8장을 겹쳐 만든 역대 대통령 대형 사진 가운데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4층 ‘대통령 역사관’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옆 박 전 대통령 대선 선거포스터 자리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기록관 어디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흔적은 없었다.
당시 기자를 포함해 관람을 왔던 시민들이 현장에 있는 직원에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전시물은 없느냐”고 물었고 그때 기록관 직원은 “보완할 게 있어 잠시 보관 중”이라고 설명했었다.
대통령기록관 측은 관람객들의 비슷한 지적과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전시 항의들이 있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휘호가 적힌 기록관 정문 인근에 놓인 표지석에는 존치와 철거 논란 속에 테러를 우려해 보이지 않게 한때 덮개를 씌워놓기도 했다.
[K파일] 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지난 16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 내 박근혜 전 대통령 전시물. 한 관람객이 대선당시 선거홍보물을 보고 있다. 2019-11-24
세종=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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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대통령기록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어쩌다보니 희귀한 분이 됐다. 기록관에는 대한민국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박 전 대통령까지 11명의 기록물 3068만여점이 보관돼 있다. 물론 이 가운데 역대 대통령을 상징하는 대표성이 있는 일부분만이 복제, 영상 등 제작과정을 거쳐 전시된다.
시민들에게 박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기록관에서 보여진 건 지난 4월 22일이다.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난 지 2년 2개월 만이다. 대통령기록관 측은 4층 역사관 내 전직 대통령들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는 전시 포스터 옆에 휑하니 비어져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던 공간에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이 실린 대선 선거포스터를 전시했다.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박 전 대통령의 연설 영상도 공개됐다. 5월 20일에는 1층에 사진이 걸렸다.
● 靑집무실 영상, 정상외교 등 5곳에 박근혜 빠져
지금은 어떨까. 지난 16일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다시 찾았다. 탄핵된 지 2년 8개월이 지났지만 박 전 대통령 관련 전시물은 여전히 ‘숨은 그림찾기’다. 전직 대통령들과 다른 몇 가지가 이상한 점들도 발견된다. 기자가 찾은 건 5가지 정도였는데 눈썰미가 좋은 관람객들은 더 많이 찾았을지도 모른다.
우선 대통령 역사관 내 ‘대통령의 역할’을 소개해놓은 전시 공간에는 ‘공무원 임면’ 코너가 있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은 헌법(제78조)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무원을 임명 또는 해임시킬 수 있다. 이 핵심 권한이 임기 중에 실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인증’ 사진들이 10명의 전직 대통령별로 전시돼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5부 신임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법원 판사에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등 모든 전직 대통령의 활동 사진이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빠져 있다.
[K파일] 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지난 16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전시된 역대 대통령 공무원 임면식 사진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은 없다. 2019-11-24
세종=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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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대통령 체험관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대통령의 하루’를 소개하는 전시면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의 시간대별 활동 영상이 나온다. 대통령 관저에서 출근한 모습과 청와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모습,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접견실에서 외빈을 접견하는 모습도 나온다. 영빈관에서 공식 행사를 마친 뒤 대통령 관저로 퇴근 이후 모습까지 대통령들의 모습을 편집해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영상에서 단 한 컷도 나오지 않는다.
대통령의 업무공간인 집무실을 재현해놓은 전시실 벽에는 대통령들이 실제 집무실에서 업무 중인 장면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박 전 대통령의 전임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끝으로 영상은 끝난다. 춘추관 기자회견 영상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없다.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후보 당시 선거홍보물’ 전시 형태도 다른 대통령들과 조금 다르다. 역대 대통령의 대선 홍보물은 대부분 책자가 펼쳐진 형태로 당시 주요 공약들이 어느 정도 보이고 공간을 차지하는 면적들도 그만큼 넓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얼굴 사진이 크게 나온 표지만 보이도록 책자가 덮인 채 놓여 있다. 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 놓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홍보물의 경우 얼굴이 크게 나온 전단지 형태와 홍보물 책자를 펼친 2가지 형태로 놓여 차지하는 면적과 전시 형태에서 대조를 이룬다.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전시 기법의 한 형태일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K파일] 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지난 16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전시된 집무실 대통령 근무 영상.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은 없다. 2019-11-24
세종=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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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파일] 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지난 16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전시된 집무실 대통령 근무 영상.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은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상이 끝난 뒤 재생이 끝난 모습. 2019-11-24
세종=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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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파일] 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지난 16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전시된 집무실 모습. 벽면에서 나오는 대통령 근무 영상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은 없다. 2019-11-24
세종=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세종=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대통령기록관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전시 지연과 선별적 전시 공개가 기록원의 독자적인 판단일 수도 있고 기록원을 둘러싼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개인의 선호도에 따른 태도나 관점으로 전시공간이 기획됐거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판단에 따라 기록관 전시에서 배제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통령기록관을 잘 아는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기록관에는 제도개혁을 위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팀이 자체적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TF 당시 5~7개의 과제가 선정됐는데 말단지엽적인 과거 특정 사건에 대한 보복까지 있었다”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기록관이 법률 제정사업으로 국회에 발의했던 공공기록물 규제개혁 정책들을 뒤집고 당시 정책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털어놨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산하의 대통령기록관이 상위 기관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전시와 관련한 외압을 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쏟아졌다. 정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맞추지 못하고 중간에 나가면서 자신의 기록을 인계해줄 후임 관장을 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법 제24조에 따라 기록관장이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명한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 심의 결과를 존중해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기록관장은 개방형 직위로 고위공무원 나급(국장급)에 속한다.
[K파일] 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지난 16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전시된 역대 대통령 대선 후보자 선거홍보물. 책자가 펼쳐진 형태의 전직 대통령들과 표지만 보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홍보물. 2019-11-24
세종=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세종=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K파일] 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지난 16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전시된 역대 대통령 대선 후보자 선거홍보물. 2019-11-24
세종=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세종=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K파일] 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지난 16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전시된 역대 대통령 대선 후보자 선거홍보물. 2019-11-24
세종=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세종=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대통령기록관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전시물 공개가 늦어지거나 일부 전시물이 빠져 있는 것은 사실이나 상위 기관의 외압이나 정치적 판단은 없었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대통령 퇴임 후에 언제까지 기록물 등을 전시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어 위반 사항이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기록관 측은 용역이 끝나는 다음 달까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전시물이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동일한 비중으로 전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늦어지기는 했지만 지난해 예산 3억원을 확보해 개편사업을 연초부터 하고 있다”면서 “전시 콘텐츠는 기록물을 선별 제작해 새롭게 영상 등을 만들어 올리고 한정된 공간에서 박 전 대통령을 추가하려다 보니 한 번에 하기가 어렵고 공간의 재배치에 시간이 걸린다”고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전시 기간에 대한 내부 규정이 없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내부 규정에도 대통령 퇴임 후 언제까지 전시를 하라는 규정은 없다”면서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전시를 빠른 시간 내에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물법 제24조 2항에는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효율적 활용과 홍보를 위해 필요한 때에 대통령기록관에 전시관 등을 둘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당초 기록원 측은 이 부분을 전시에 관한 임의 규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했으나 이미 전시관이 설치된 상황에서 역대 대통령에 대한 전시는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K파일] 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지난 16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전시된 ‘대통령의 하루’ 영상.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2019-11-24
세종=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세종=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K파일] 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지난 16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전시된 ‘대통령의 하루’ 영상.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2019-11-24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이에 대해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통령기록관은 전시·교육·홍보 등 기능이 법적으로 명시돼 있는 만큼 행정 서비스를 마땅히 해야 하는 기관”이라면서 “행정 서비스는 수용자인 국민 입장에서 고객 중심 마인드를 지향해야 하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으로 전시 기간 규정이 없다고 해서 100년 뒤에 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대통령기록관은 가치중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죄가 있든 없든 재임 중 통치기간에 발생한 역사적 기록은 역사적 산물로서 기록 공개는 정권이나 가치 관계에 따라 판단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에 국민과 대통령의 명예에 훼손이 발생했다면 이 역시 그대로 전시해 후세의 평가를 받으면 되는 일이지 자랑스러운 것도 부끄러운 것도 다 역사인데 정권에 따라 기록물을 배제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적폐청산 TF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르면 적폐로 둘 수 있다는 데 대해 “초법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역사에 대한 평가는 한 번에 끝나는게 아닌 후세에 의해 시대 상황에 따라 반복적으로 재해석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파일] 대통령기록관 ‘박근혜’ 미스터리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념관 전경. 2019-11-24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박근혜 기록 12월 공개…“역사 평가는 후대의 몫”
박 전 대통령의 기록물 등 전시는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에는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기록관은 지난 8월 업체를 선정해 12월 20일까지 개편 작업을 완료하기로 한 만큼 그 전까지는 박 전 대통령의 자료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전시는 물론 전직 대통령들이 외국 정상에게 선물로 받은 그림, 공예품 등을 추가로 전시하는 기획전시도 다음달 열릴 예정이다.
열흘 뒤면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1000일(12월 4일)이 된다. 2년 9개월 만에 세상 빛을 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록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내용으로 공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웃음 띄우며 인사하는 박 전대통령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에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고 있다. 2017.3.12 연합뉴스
사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2019.9.16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