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중 생활’

이란의 ‘이중 생활’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15-07-20 00:00
수정 2015-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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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지도자 “美와 관계 바뀌지 않아”… 정치는 선긋고 獨 등 유럽국가들과 교류 확대 논의… 경제는 親서방

외교적 서먹함이 여전한 와중에 시장엔 훈풍이 불고 있다. 핵 협상을 타결 지은 서방과 이란의 관계 얘기다.

라마단이 끝나는 날을 기념한 무슬림들의 축일인 이드 알 피트르를 맞아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18일(현지시간) “오만한 미국 정부에 대한 우리 정책은 핵 협상 타결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핵 협상 타결 뒤 처음 나온 하메네이의 공식 언급으로, 이란 국영방송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다. 그는 “이란이 적들(서방)의 과도한 요구에 양보하지 않고 이란의 안보와 국방 능력을 지켰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란 전역에서 ‘미국에 죽음을’이라거나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란 구호가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다”고 하자 테헤란 연설 현장에 있던 군중이 구호를 따라 외쳤다.

이란이 서방을 여전히 ‘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서방과 이란 간 무역은 급격하게 늘 전망이다. AP통신은 19일 “이제 이란 비즈니스에 대해 얘기할 시간”이라며 테헤란을 향한 서방 기업의 러브콜이 쇄도한다고 전했다. 경제·금융제재가 해제되면 이란 경제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매년 6~8%씩 성장할 전망이다.

유럽 국가들이 특히 적극적이다. 독일이 이날 테헤란에 경제장관이 이끄는 통상·경제 사절단을 사흘 일정으로 파견할 예정이고, 스페인도 9월쯤 장관급 인사를 단장으로 경제 사절단을 보낼 방침이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는 이란과의 경제 교류 확대 논의를 위해 외무장관을 급파하기로 했다. 테헤란에 유럽 자동차와 명품 광고판이 내걸리는 등 이란도 화답하고 있다. 미국 기업 행보는 조심스럽다. 보잉은 미국 정부의 후속조치에 이란 진출 보폭을 맞출 계획이다. 이란 의료기기 시장을 노리는 GE 측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먼저 핵 협정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5-07-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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