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전쟁’서 스러진 9·11세대… 美, 추모곡도 울리지 못했다

‘9·11 전쟁’서 스러진 9·11세대… 美, 추모곡도 울리지 못했다

이지운 기자
입력 2021-08-30 17:42
수정 2021-08-31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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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공항 테러로 숨진 미군 13명 도착

바이든 부부·국방장관 등 직접 나와 맞아
가슴에 손 올려 경의 표하고 침묵 이어져
공화당 하원서 ‘대통령 탄핵 결의안’ 제출
철군 마지막날까지 테러 위협에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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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오른쪽 다섯 번째)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오른쪽 네 번째)이 2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군 유해 귀환식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이슬람국가 호르산(IS-K)이 자행한 폭탄테러로 숨진 13명의 시신이 이날 미국으로 운구됐다. 도버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다섯 번째)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오른쪽 네 번째)이 2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군 유해 귀환식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이슬람국가 호르산(IS-K)이 자행한 폭탄테러로 숨진 13명의 시신이 이날 미국으로 운구됐다.
도버 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자폭테러로 숨진 13명의 미군 유해는 침묵 속에서 옮겨졌다. 추모곡도 연주되지 않았다. 성조기로 덮인 채 수송기 C17에서 하나하나 내려진 유해함은 대기 중이던 운구 차량으로 이송됐다. 해병대 11명, 해군 의료진 1명, 육군 하사 1명의 유해 가운데 2구는 유족의 요청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일요일인 29일(현지시간) 오전 미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거행된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은 줄지어 서서 침통한 모습으로 이 과정을 지켜봤다. 기도를 위해 고개를 숙이거나 가슴에 손을 올려 경의를 표하기도 했고,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데이비드 버거 해병대 사령관, 제임스 매콘빌 육군장관 등 군 장성은 거수경례를 했다. CNN방송 등 미 언론들도 이 침묵을 거의 그대로 전달했다.

희생자 가운데 5명은 9·11 테러가 일어난 2001년에 태어났다. 22세와 23세 각 3명, 25세 1명, 31세 1명 등이었다. 대부분 9·11세대인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9·11의 아이들이 9·11로 시작된 전쟁에서 스러졌다”고 했다.

미국인이 느꼈을 특별한 참담함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그대로 담겼다. 공화당은 ‘하야’ ‘탄핵’을 거론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탄핵을 요구했고, 매디슨 코손 하원의원은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프 밴 드루 하원의원은 10여명의 동료 의원과 함께 대통령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아프간 철수는 우리를 아프간에 처음 갔던 20년 전으로 다시 되돌려 놓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일부 이에 가세했다. 민주당 수전 와일드 하원의원은 “아프간 대피 과정이 터무니없이 잘못 다뤄졌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애비게일 스팬버거, 마이크 레빈, 앤디 김 하원의원 등도 철수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행사 중 바이든 대통령은 손목시계를 보는 듯한 모습으로도 비난받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개인적 슬픔을 환기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장남 보가 이라크에 파병돼 1년간 복무한 뒤 2015년 뇌암으로 숨지며 자식을 잃은 아픔을 겪었다.

미국에서는 이 침통함이 이날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 철수 시한은 다가오고 현장은 일촉즉발 상황인데, ‘남은 자’가 너무 많다. 미국은 지난 14일 이후 미 시민권자 5500명을 포함해 약 11만 4400명을 대피시켰지만 여전히 미국에 협력한 수천명의 아프간 조력자와 외교관, 인도주의적 단체가 아프간에 남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탈레반의 보복 위협에 노출된 채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되느냐에 비난 전선은 국제적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태풍 아이다 브리핑에서 아프간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021-08-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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