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타결> 워싱턴 전문가들 대부분 ‘강경 대북 정책 유지’ 주문

<이란 핵타결> 워싱턴 전문가들 대부분 ‘강경 대북 정책 유지’ 주문

입력 2015-07-15 07:44
수정 2015-07-1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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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지 의문”’차기 정권 협상론’도 나와임기내 정책 변화 가능성 낮아’북한붕괴론’ 갑론을박도

이란과의 역사적 핵협상 합의에도, 핵문제를 비롯한 북한 이슈에 대한 미국 워싱턴D.C. 전문가들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싸늘하다.

일각에서 대화와 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워싱턴의 주류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분명히 보이지 않는 이상, 지금의 강경한 대북 정책을 ‘현상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세를 점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도 이미 차기 정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현 오바마 행정부 임기 내 대북 협상 가능성에 일찌감치 선을 긋고 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이 진정으로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신뢰 있게 협상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오느냐는 것”이라며 북한이 우선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일 것을 주문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병진 정책을 내걸고 핵무기 개발에 전력 투구하는 상황에서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한국과 미국, 일본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현재의 핵개발을 인정할 리 만무하며, 따라서 당분간 정책적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란 핵협상이 북한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은 국제사회와 적극적으로 대화해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으나, 북한은 그런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올해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 일본과 대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시작됐으나, 북한이 미국을 ‘미친 개’라고 표현하고 더이상 대화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면서 그 기대가 사그러들었다”며 “북한이 진정으로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게 이란과의 분명한 차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 기류에 밝은 동북아 전문가인 월터 로먼 헤리티지재단 연구원도 “북한이 현재 보이는 태도로는 설령 어떤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대북 정책에 큰 변화가 생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미국이 이란과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 협상 의지를 보였으나 북한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북한은 이미 자체적인 핵능력을 키워가면서 미국의 다음 정권이 들어섰을 때 보다 강력한 입지에 서 있으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연구소의 마이클 그린 석좌는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협상의 약속을 위반했다”며 “특히 제재 해제라는 수단을 정권의 배를 불리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쓰려고 한다”고 지적하고 “북한을 상대로 핵동결의 대가로 지원을 해주는 협상은 실패했으며 다시 실수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이렇다 할 동력을 얻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특사는 “이란과 마찬가지로 검증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비핵화 원칙에 확고히 근거한 상태에서 북한과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드로윌슨 센터 소속 로버트 리트왁 연구원은 “10개 정도로 추정되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통해 핵무기 재고를 40개 이상으로 늘리려고 하고 있다”며 “앞으로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브루스 커밍스(72) 미국 시카고대학 역사학과 교수가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북한 붕괴론’을 비판하고 나서 조심스럽게 논란이 일고 있다.

진보 성향의 커밍스 교수는 최근 미국 핵과학자 회보에 실은 ‘북한 잘못 다루기’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가설에 기초한 미국의 초당파적 대북 전략은 지난 사반세기 동안 잘못됐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북한 정권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주장했다.

커밍스 교수는 “북한 정권은 근본적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갈라져 나와 군주제와 반제국 민족주의, 그리고 신유교주의적 정치문화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라며 “북한이 1997년과 1998년 기아사태를 견뎌내고 김일성과 김정은 사망에도 정권을 온전히 유지하며 핵무기를 놓고 미국과 위험한 대결구도를 버텨내는 것은 이 같은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밍스 교수는 “미국은 지금 초당파적으로 북한 붕괴 가설에 기초해 정책을 펴고 있으며 심지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붕괴론자의 대열에 동참했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는 북한에게서 얻어낼 것이 없고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의존도만을 높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고 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표적인 북한 붕괴론자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연구원은 연합뉴스에 “커밍스 교수의 논리는 북한이 지금까지 붕괴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이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나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게 아니라 그같은 잠재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나는 우리집에 불이 날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화재보험을 든다”며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비참한 결과를 야기할 사태들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평화연구센터 연구원은 “에드워드 기번이 쓴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보면 갈수록 이상하고 괴팍해진 정치지도자들이 친위대의 잔혹한 통제체제를 통해 정권을 연장할 수 있었다”며 “그 현대적 버전이 바로 북한”이라고 지적하고 “궁극적인 결과는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현재 북한의 체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지원이 없는 한 유지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만, 캐서린 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커밍스 교수는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북한 정권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좌절을 겪는 것”이라며 “그는 오바마 행정부를 포기하고 힐러리 클린턴이 정권을 잡아 건설적인 외교를 펴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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