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엽서 풍경 바뀌나…수백년된 伊 중세문화유산 강진피해 극심

그림엽서 풍경 바뀌나…수백년된 伊 중세문화유산 강진피해 극심

입력 2016-08-25 10:57
수정 2016-08-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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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개 성당 있는 중세 기독교문화 중심지…지진에 문화유산 파손 위험 “낡고 빽빽한 도시·문화유산법도 건물 취약하게 만들어”

24일(현지시간) 규모 6.2 강진이 뒤흔든 이탈리아 중부 산악지방은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리면 그대로 엽서 한 장이 될 만한 자연 풍광과 언덕마다 성당과 기념비 하나씩은 있을 정도로 많은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곳이다.

아펜니노 산맥에 자리한 움브리아·라치오·레마르케주 마을들을 강타한 지진으로 문화유산이 심각하게 파손됐을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번 지진 진앙으로 상당수 건축물이 무너진 움브리아주 노르차는 대표적인 기독교 성인인 성 베네딕토가 태어난 곳이다. 성 베네딕토 생가터로 추정되는 곳에 세워진 12세기 성당 건물이 파손됐지만, 수도사들은 무사하다고 베네딕토 수도회의 니바코프 신부가 가톨릭뉴스서비스에 말했다.

중세 요새에 위치한 박물관,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당의 14세기 프레스코화, 오랜 세월 지진에 살아남아 마을 일부를 감싸고 있는 로마시대 성벽도 위험한 상황이다.

프레스코화와 모자이크, 조각이 가득한 성당 100여 곳이 있고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을 꼽으면 항상 순위에 드는 라치오주 아마트리체는 이번 지진으로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폐허가 됐다.

15세기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당 정면의 절반이 무너지면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장미 무늬 창이 사라졌다. 16세기 종탑에 걸린 시계는 지진 발생 시각인 3시 36분에 그대로 멈춰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지어진 대저택 팔라초들의 뜰은 지진 희생자들의 영안실로 바뀌었다.

레마르케주 페스카라 델 트론토의 유적 중심지에서는 무너져 내린 건물들 사이에 시계탑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2009년 아브루초주 라퀼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일부가 붕괴, 파손돼 아직도 복구 중인 13세기 산타마리아 디 콜레마조 교회와 첼레스티노 5세 교황(1215∼1296년) 묘지 등 건축물이 이번 지진에 다시 피해를 봤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 지방 가장 대표적인 문화유적지인 움브리아주 페루자 현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성당 건물과 13∼14세기 위대한 예술가 조토·치마부에의 프레스코화는 1997년 지진 당시 파손됐지만, 이번에는 무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탈리아 중부가 집결된 문화유산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만큼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법률로 도시 현대화가 제한된 것이 이 지역 마을들을 잦은 지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베페 세베르그니니는 이날 ‘이탈리아의 깨지기 쉬운 아름다움’(Italy‘s Fragile Beauty)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고대 건축물은 멋지지만, 위험할 수 있다”며 “도시들은 낡았고 빽빽하며 현대화를 막는 문화유산 보호법이 건물들을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존하는 오래된 건축물들의 내진 안전성을 확보하고 보강·강화를 위한 조정을 우선시하는 것이 과제”라는 카민 갈라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지진공학 교수의 분석을 인용하면서 “그러나 여기에는 시간과 돈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 혼자 사는 노인이 소유한 가옥이 많고 휴가철 별장 정도로 생각해 유지보수에 신경을 쓰지 않는 주민들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당국의 고질적인 관료주의와 재원 부족으로 지진 대비가 부족한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2009년 라퀼라 지진 이후 복구 작업에는 7년간 135억달러(15조1천억원)가 투입됐다.

세베르그니니는 “이탈리아는 신축 규정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나라 중 하나지만, 불행히도 그것이 항상 제대로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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