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군복의 진화/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군복의 진화/진경호 논설위원

입력 2014-08-26 00:00
수정 201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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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에겐 낯설겠지만 한때 흔했던 옷색깔 이름이 ‘국방색’이다. 국방에도 색이 있다니 대체 뭔가 싶지만 1948년 이후 40년 넘도록 우리 육군이 군복색으로 썼던 카키색을 말한다. ‘흙먼지’를 뜻하는 힌두어 ‘카키’(khaki)에서 따온, 연한 녹색과 갈색을 뒤섞은 이 색은 현대군 최초의 위장색이다. 1846년 인도 펀자브 주에 주둔해 있던 영국군이 처음 사용했고, 이후 100년도 안 돼 전 세계 모든 군복의 기본색으로 자리하면서 제1, 2차 세계대전을 ‘국방색의 전쟁’으로 만들었다.

전쟁의 진화, 즉 무기의 발달과 이에 따른 전술의 변화에 맞춰 인류는 지난 수천년 전투복과 군복색을 바꿔왔다. 때론 목숨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고, 적을 심리적으로 제압하거나 자신의 지위와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이기도 했다.

무기라고는 칼과 창밖에 없던 고대엔 방패와 가죽 갑옷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나 중세 들어 활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금속갑옷이 등장했다. 유럽만 놓고 보면 13세기 중엽엔 작은 쇠고리들을 그물처럼 엮은 쇠사슬 갑옷을 시작으로 14~15세기 철판 갑옷을 거쳐 16세기 들어 영화 로보캅에 등장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판으로 감싼 ‘플레이트 아머’(판갑·plate armor)가 등장해 금속갑옷의 정점을 찍었다. 이 플레이트 아머는 영화 아이언맨에서 가슴에 소형 아크로 원자로를 달고 손바닥에서 레이저가 발사되는 최첨단 티타늄 버전으로 진화하기도 했으나, 사실 철과 청동밖에 없던 중세 후반 전장에선 뛰어난 방어력에도 불구하고 20kg이 넘는 무게에다 입고 있을 때의 엄청난 더위로 인해 효용성이 떨어졌다고 한다.

고조선 유물에서도 청동갑옷이 발견됐을 만큼 유구하고도 우수한 전투복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군이 22년의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 시대를 마치고 신형 전투복 시대로 전면 전환했다. 흙색을 바탕으로 수풀과 나무 등 국내 지형을 분석해 만든 디지털 문양의 이 신형전투복은 적외선 감지기나 레이더, 위성촬영 등에 잘 잡히지 않는 스텔스 효과를 갖추고 있다 한다. 2025년까지 GPS(위성항법장치)와 소형 PC가 부착되고 자동 온도·습도 조절과 열차단 기능, 세라믹 타일과 나노섬유로 가공해 방탄 기능까지 갖춘 전투복으로 개량해 나간다는 게 군의 계획이다.

여전히 ‘국방색’인 병영문화가 새삼 물음표를 던진다. 이런 첨단 전투복이 왜 필요한가. 전투력이 결코 장비만의 문제가 아님은 스스로가 더 잘 알 터, 첨단 전투복으로 가려진 청춘들의 피멍을 씻어내는 게 먼저임을 군 당국은 이제라도 뼛속 깊이 새겼으면 싶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14-08-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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