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제2부속실과 개인 트레이너/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제2부속실과 개인 트레이너/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08-15 00:00
수정 2014-08-1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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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실이라고 부르는 대통령 비서실 제2부속실의 존재는 사실 이상하다. 대통령 비서실 내부의 모든 조직이 이름 그대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조직인데, 제2부속실은 대통령의 배우자를 보좌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비서실은 혈세인 세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배우자를 보좌해야 하는가는 논란의 대상이다. 영부인은 바쁜 대통령을 대신해 여성·문화·복지·아동·청소년 등의 행사에 참석하므로 대통령 비서실에서 개입한다는 결론이 난다. 제2부속실은 규모가 문제다.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클린턴 정부를 모델로 만들었다는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 윙’에서도 제2부속실의 규모를 두고 논쟁이 붙는다. ‘투표 한 번에, 힐러리 클린턴을 공짜로 얻는다’고 대선 홍보를 했던 만큼 아동과 의료법 등 복지 관련 법 제정에 깊숙이 개입해 활동하는 영부인을 보좌할 백악관 제2부속실의 규모와 역할도 문제가 됐다.

한국에서 대통령 비서실 제2부속실은 흔히 ‘영부인 프로젝트’라 부르는 일을 전담한다. 영부인이 활발한 활동으로 소외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도와주면 재벌들도 적극 나서 기부하곤 했다. 그러나 때때로 이 프로젝트가 부정부패의 통로로 활용되는 등 말썽을 빚기도 해 철저히 은둔하는 영부인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제2부속실의 규모는 실장 1인, 국장 1인, 행정관 한두 명으로 단출했다. 배우자가 없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당연히 제2부속실의 폐지가 거론됐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에 이 조직을 유지하기로 해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영부인 없는 영부인 프로젝트를 상상했다.

대통령 비서실 내 제2부속실의 윤전추 행정관의 존재는 제2부속실의 역할과, 그 조직이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사실 등을 종합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올해 34살의 윤 행정관은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내 피트니스클럽에서 연예인과 재벌 관계자들의 퍼스널 트레이너로 오랫동안 일해 왔던 인물이다. 특히 S라인의 대명사인 연예인 전지현과 한예슬의 트레이너로 유명세를 탔고, 방송과 잡지 등에도 자주 출연했다. 윤 행정관의 존재와 업무에 대해 청와대는 해외 순방에 동행했고, 의상과 화장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개인 트레이너를 채용할 수 없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당연히 할 수 있다. 다만 그 개인 헬스 트레이너에게 공무원의 신분을 제공하고,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일이 온당한가, 따져볼 일이다. 1882년 임오군란 이후 명성황후가 총애하던 무녀 이씨에게 ‘진령군 여대감’ 벼슬을 준 사례가 떠오른다면 너무 과한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08-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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