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안내견’의 슬픔/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안내견’의 슬픔/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4-06-21 00:00
수정 201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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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일어날 상황을 헤아릴 수 있도록 하는 민간 신앙 풍습의 하나가 속신(俗信)이다. ‘밤에 손톱을 깎으면 나쁘다’거나 ‘가르마가 둘이면 시집을 두 번 간다’거나 ‘화투놀이를 할 때 굴뚝 쪽에 앉으면 운이 좋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이에 해당한다.

개에 얽힌 속신어(俗信語)는 다른 어떤 동물의 그것보다도 많다. 먼 옛날부터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재미있는 것은 개가 길조(吉兆)를 알리는 동물이기도 하고, 흉조(凶兆)를 알리는 동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개가 집을 나가면 액땜을 하거나 집안에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반면 개가 집을 나가면 복이 나간다거나 집이 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나의 현상에 대한 시각이 이처럼 다르다.

어릴 적에는 개를 자동차에 태우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주위 어른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개가 차에 타면 왜 좋지 않다고 했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우리 가족은 모두 개를 좋아해 언제나 한두 마리를 키웠지만, 지금과 같은 반려견 문화는 당시 존재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개에게 하루 두 끼만 밥을 주었는데, 다른 집도 그런 줄 알고 초등학교 시절 “개는 원래 두 끼만 먹는 것”이라고 친구들에게 우기다가 웃음거리가 됐던 적도 있다. 어쨌든 지금처럼 자동차가 많지도 않은 시절이었으니 짐승을 화물칸도 아닌 사람이 타는 곳에 함께 태운다는 개념이 그때 사람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시외버스 운전기사가 안내견을 데리고 타려던 시각장애인의 승차를 거부한 일로 인터넷 세상이 시끄럽다. 지금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돼 있다. 승객들에게 위협이나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간수하면 안내견이 아니더라도 작은 애완동물은 버스를 탈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니 버스 기사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고, 해당 버스 회사가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하지만 운전기사의 개 금기를 귀가 따갑게 들었던 사람으로 버스 기사에게는 일말의 동정심도 인다. 지금도 ‘조상을 박대하면 3대가 망한다’거나 ‘하늘 보고 욕하면 천벌을 받는다’는 속신을 수긍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과학적 근거가 없기는 개와 자동차의 경우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어느 나라보다도 사회의 진화속도가 빠른 게 대한민국이다. 갈등이 최소화되려면 먼저 구성원이 그 속도에 맞추려 노력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과도기에는 과거의 믿음을 가진 사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4-06-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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