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전자파 공격/정기홍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자파 공격/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5-16 00:00
수정 2014-05-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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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은 지하철 안에 여러 사람이 스마트폰을 켜고 있을 땐 자리를 슬며시 옮긴다. 옆좌석 승객이 태블릿PC를 켜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고속이동 공간에서는 스마트폰의 전자파가 더 세게 나와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믿고 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휴대전화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때 피부가 가렵거나 긴 통화 때 얼굴이 화끈거리는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 문명의 이기인 휴대전화와 과하면 몸에 해롭다는 전자파와의 뗄 수 없는 숙명의 한 단면이 아닌가 한다.

휴대전화 전자파의 허용 기준은 만들어져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전자파를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관련 규제 기준이 마련돼 있다. 우리나라의 전자파 등급은 ‘전자파 인체흡수율’(SAR)을 기준으로 1등급(0.8W/kg 이하)과 2등급(0.8~1.6W/kg)으로 나누고 있다. 또 몸의 전신(0.08W/kg)과 머리·몸통(1.6W/kg), 사지(4W/kg 이하)로 인체보호 기준도 세분화해 놓았다. SAR이 1.6W/kg을 넘으면 시판도 금지한다. 이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와 비슷한 기준이다.

국립전파연구원이 스마트폰의 전자파 발생과 관련한 의미 있는 측정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시판 중인 스마트폰은 모두 SAR 기준을 통과해 인체에 안전했지만, 애플과 소니 등 외국산이 국내 제품보다 최대 두 배정도 전자파를 많이 방출했다. 하지만 이는 정지 때의 수치에 불과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에서 엘리베이터 등 밀폐 공간에서의 전자파 발생은 개방 및 정지 때보다 평균 7배가 강하고, 지하철 등 빠른 이동 공간에서는 5배가 높았다. 통화연결을 위해 전자파를 더 수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화 연결 중’일 때는 ‘대기 중’과 ‘통화 중’일 때보다 전자파가 더 강했다. 이 외에도 어린이의 SAR은 성인보다 1.5배 높고, 스마트폰보다 피처폰의 SAR이 훨씬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휴대전화 전자파의 유해성 논쟁은 진행형이다. 전자파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보고는 아직 없다. 하지만 전자파는 전자기기의 위험한 동반자가 된 상태다. 일련의 연구를 감안하면 수십년 뒤 전자파에 노출된 피해 사례가 보고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프랑스 보르도 대학 연구팀은 며칠 전 스마트폰 통화를 많이 하면 뇌종양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896시간 이상 누적 통화를 하면 뇌종양 발병 위험이 2~3배 증가했다. 최근 전자파의 인체 영향을 연구·조사할 ‘전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8월부터는 휴대전화 전자파 등급표시제가 시행되고, 기준치 이상의 SAR을 가진 휴대전화의 출시도 금지된다. 휴대전화의 전자파 피해 규정을 더 구체화하고 피해보상 규정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5-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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