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다는 말이 있다. 상황이 기가 막힐 때 사용한다. ‘어처구니’란 맷돌의 나무 손잡이인데, 콩을 넣고 맷돌을 돌리려 하지만 정작 있어야 할 맷돌 손잡이가 없다는 뜻이다.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하기 직전, 선장이 배를 버리고 도망가 승객들이 우왕좌왕한 사태에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선장이 제 살길을 찾는 사이 승객들은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믿고 있었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꽃다운 젊은 학생을 포함한 260여명은 지금도 칠흑 같은 바다 깊은 곳에 있다. 생사도 알 길이 없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꽁무니 뺀 행동이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하고, 세상마저 허망케 한다. 그는 병원에서 신분을 묻자 “승무원이라 아는 것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물에 젖은 지폐도 말리고 있었다니 말문이 막힌다. 한 네티즌은 이를 두고 ‘빛의 속도로 빠져나온 선장’이란 비아냥 글을 올렸다. 국민의 마음을 이렇게 분탕질해 놓아도 되는가. 102년 전 침몰로 1500여명이 사망한 영국의 유람선 타이태닉호의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이 남긴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는 말이 귓전을 때린다. 그는 마지막까지 승객의 탈출을 지휘하다가 배와 운명을 같이했다. 경황없는 중에도 여자와 어린이를 먼저 구해 유람선 사고 역사상 여성(70%)과 어린이(50%)가 가장 많이 살아남았다.
1993년 전북 부안의 위도 해상에서 침몰된 서해훼리호 사고 당시의 백운두 선장도 배와 함께한 사례다. 백 선장은 마지막까지 승객 구조에 힘 쏟았지만 안타깝게도 292명의 희생자만 남긴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세월호의 선장과 같은 이도 있었다. 2년 전 이탈리아의 유람선 코스타콩코르디아호가 암초에 부딪쳐 침몰했을 때 프란체스코 셰티노 선장은 가장 먼저 도망쳤다. 승객을 버린 그에게 검찰은 승객 1인당 8년형씩 2697년형을 구형했고, 재판은 진행 중이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도 “실수로 미끄러져 구명보트를 타게 됐다”는 군색한 변명을 했다고 한다. 2006년 1000명이 숨진 이집트 여객선의 선장도 배에서 불이 났는데도 갑판 위로 나가겠다는 승객들을 막고 문을 걸어 잠갔고, 배가 침몰하자 구명보트에 가장 먼저 올랐다.
선장은 배의 안전을 돌보는 최고 책임자다. 대형 사고 때는 책임자의 판단과 행동이 삶과 죽음을 가른다. 이 선장의 무책임한 행동이 구명조끼도 마다한 채 승객을 구하다 숨진 20대 초반 여승무원 박지영씨와 너무 대비된다. 딸에게 타이태닉호의 비극을 말하며 이번 여행을 말렸다는 한 어머니의 소식도 안타깝게 다가선다. 시대의 ‘리더십 침몰’이다. 벌써 외신들은 이를 조롱하고 있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꽃다운 젊은 학생을 포함한 260여명은 지금도 칠흑 같은 바다 깊은 곳에 있다. 생사도 알 길이 없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꽁무니 뺀 행동이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하고, 세상마저 허망케 한다. 그는 병원에서 신분을 묻자 “승무원이라 아는 것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물에 젖은 지폐도 말리고 있었다니 말문이 막힌다. 한 네티즌은 이를 두고 ‘빛의 속도로 빠져나온 선장’이란 비아냥 글을 올렸다. 국민의 마음을 이렇게 분탕질해 놓아도 되는가. 102년 전 침몰로 1500여명이 사망한 영국의 유람선 타이태닉호의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이 남긴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는 말이 귓전을 때린다. 그는 마지막까지 승객의 탈출을 지휘하다가 배와 운명을 같이했다. 경황없는 중에도 여자와 어린이를 먼저 구해 유람선 사고 역사상 여성(70%)과 어린이(50%)가 가장 많이 살아남았다.
1993년 전북 부안의 위도 해상에서 침몰된 서해훼리호 사고 당시의 백운두 선장도 배와 함께한 사례다. 백 선장은 마지막까지 승객 구조에 힘 쏟았지만 안타깝게도 292명의 희생자만 남긴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세월호의 선장과 같은 이도 있었다. 2년 전 이탈리아의 유람선 코스타콩코르디아호가 암초에 부딪쳐 침몰했을 때 프란체스코 셰티노 선장은 가장 먼저 도망쳤다. 승객을 버린 그에게 검찰은 승객 1인당 8년형씩 2697년형을 구형했고, 재판은 진행 중이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도 “실수로 미끄러져 구명보트를 타게 됐다”는 군색한 변명을 했다고 한다. 2006년 1000명이 숨진 이집트 여객선의 선장도 배에서 불이 났는데도 갑판 위로 나가겠다는 승객들을 막고 문을 걸어 잠갔고, 배가 침몰하자 구명보트에 가장 먼저 올랐다.
선장은 배의 안전을 돌보는 최고 책임자다. 대형 사고 때는 책임자의 판단과 행동이 삶과 죽음을 가른다. 이 선장의 무책임한 행동이 구명조끼도 마다한 채 승객을 구하다 숨진 20대 초반 여승무원 박지영씨와 너무 대비된다. 딸에게 타이태닉호의 비극을 말하며 이번 여행을 말렸다는 한 어머니의 소식도 안타깝게 다가선다. 시대의 ‘리더십 침몰’이다. 벌써 외신들은 이를 조롱하고 있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4-19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