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소득의 개념에 PGDI라고 하는 ‘개인총처분가능소득’이 있다. GNI에는 가계뿐만 아니라 정부나 기업이 벌어들인 부분도 포함돼 있어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GNI에서 정부가 징수하는 세금, 사회보험 부담금과 기업의 잉여금을 제외한 소득이 PGDI로 실제의 가계소득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1인당 PGDI는 1만 4690달러(한화 약 1608만원)다. GNI에서 가계 몫인 PGDI 비중은 56.1%다. 100개를 만들었는데 정부와 기업이 44개를 갖고 가계엔 56개만 돌아갔다는 말이다. 여기에 포함된 민간 비영리단체의 소득까지 뺀 순수한 가계소득은 1500만원 안팎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GNI 대비 PGDI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거의 최하위라는 점이다. 2012년은 57.9%였는데 1년 새 더 떨어졌다. 미국(74.2%), 영국(69.0%), 일본(64.2%)은 물론 OECD 평균 62.6%(2012년 기준)에도 훨씬 못 미쳐 25개 회원국 중 18위다. 우리보다 낮은 나라들은 복지대국이라는 스웨덴·덴마크·네덜란드 등이다. 무상복지 서비스가 통계상 개인소득으로 잡히지 않아서 우리보다 낮다고 한다. 우리가 사실상 꼴찌라는 얘기다.
국민소득이 늘었는데 체감 경기는 썰렁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배경에는 통계상의 허점이나 착시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소득이 적잖은 폭으로 오른 것은 2008년에 유엔이 정한 새로운 기준 탓도 있다. 그동안 GDP에 잡히지 않았던 연구·개발(R&D) 비용과 무기 구입비 같은, 가계소득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것들이 반영됐다. R&D 비중이 높고 무기구매량이 많은 우리나라는 영향을 많이 받았다. 국민소득 수치가 커졌다고 좋아할 것만은 아닌 셈이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14-03-28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