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폭탄주와 일중독자 나라/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폭탄주와 일중독자 나라/박현갑 논설위원

입력 2013-11-30 00:00
수정 2013-11-3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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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에서 한국이 세계 1위인 10가지를 소개한 기사가 화제다. 높은 인터넷 이용과 스마트폰 보급, 신용카드 사용, 일중독, 회식문화, 성형수술 문화, 비행승무원 교육 등이다. 우리나라의 특징을 비교적 잘 꿰뚫고 있다. 인터넷 이용이나 스마트 보급은 눈부신 정보기술(IT) 발전상에 대한 찬사이다. 성형수술 문화가 꼽힌 것은 우리 의료기술이 그만큼 우수하다는 방증이다. 반면 직장 회식이나 일중독 문화, 일상화된 신용카드 사용 등은 객관적인 지적이지만 우리의 지나친 직장중심 문화나 과소비 풍조의 단면을 되돌아보게 한다.

한국의 국력 신장은 괄목상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세기 안에 외국의 도움을 받다가 도와주는 나라로 바뀐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1988 서울 하계올림픽, 2002 월드컵, 2011 세계육상선수권 개최에 이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등 4대 국제스포츠 대회를 모두 유치한 세계 6번째 국가이기도 하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4000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4년 뒤면 3만 달러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1000만명 중 외국인은 220만명으로 처음 200만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관광객 집계를 시작한 1962년 367명에 비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일중독과 교육열이 있기에 이런 고속성장이 가능했다. 만화작가 단체 ‘도그하우스다이어리’(thedoghousediaries)가 각 나라를 대변하는 한 단어로 작성한 세계지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 중독자’ 나라로 묘사되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를 지낸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각 나라 국민들이 식사하는 데 소요된 시간을 연구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스페인· 이탈리아 사람들은 3시간 30분, 프랑스 사람들은 3시간, 미국 사람들은 2시간 안팎인 반면 한국 사람들은 15분 안팎에 식사를 끝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쩌면 식사 때부터 체화된 ‘빨리빨리’ 습관이 ‘한강의 기적’을 낳았는지도 모른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적한 한국의 교육열 또한 마찬가지다. 사교육의 부작용이 만만찮지만 인적자본 육성에 대한 높은 관심은 주목할 만하다.

이제는 단거리 육상선수마냥 앞으로만 내달리는 ‘경주문화’에서 벗어날 때다. 국가경쟁력의 지표를 양에서 질로 바꿀 때다. 나만의 발전이 아닌, 이웃과 함께하는 삶의 질 제고를 고민할 때다. 날로 심화하는 양극화 현상도 제자리를 잡아 나가야 한다. 새해에는 삶의 ‘쉼표’가 있는 한국인 문화라는 소리를 들어보면 좋겠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2013-11-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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