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이란의 한국문화/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이란의 한국문화/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3-10-07 00:00
수정 2013-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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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국의 수도였던 경남 김해 김수로왕릉의 삼문 문설주에는 쌍어문(雙魚文)이 그려져 있다. 두 마리 물고기가 인도의 초기 불탑처럼 보이는 무엇인가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다. 김수로왕비(妃)는 인도 아유타국 출신의 공주 허황옥이다. 아동문학가 이종기 선생은 1977년 인도의 아요디아를 찾았다가 건물 곳곳에 새겨진 쌍어문을 보고 김수로왕릉을 떠올렸다는 글을 남겼다.

두 마리 물고기를 영물(靈物)로 보는 신어(神魚) 사상은 메소포타미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고고학자 김병모 선생은 동·서양문화의 융합이 이루어진 파키스탄의 페샤와르와 중국 쓰촨성에서도 쌍어문을 발견했다. 곧 신어 사상이 인도와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들어왔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결국 옛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제국의 수도 파사르가다에의 키루스 2세 궁전 입구에서 쌍어문을 찾아냈다. ‘쌍어문 루트’의 마지막 연결고리를 확인한 것이다.

이란의 서사시 ‘쿠쉬나메’는 페르시아와 한반도 사이에 좀 더 적극적 교섭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국과 이란에 모두 놀라움을 안겨준 ‘쿠쉬나메’는 오랜 세월 구전되다 11세기에 필사된 1만 129절의 대서사시이다. 7세기 아랍의 침략이 본격화되자 중국에 망명한 페르시아 왕자가 한반도로 건너와 신라 공주와 결혼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가 이란의 영웅이 된다는 내용이다.

페르시아와 신라의 문물 교류는 고고학적 유물로도 증명된다.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특별전이 열렸는데, 페르시아 유물과 경주에서 출토된 외래 유물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였다. 황남대총의 봉황머리 모양 유리병과 유리잔, 계림로 출토 금제장식검 등이 출품됐는데, 특히 유리병과 유리잔은 이란 박물관에서 보았던 것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비슷하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는 지금 한국을 알리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음식축제와 영화축제, 관광사진전, 태권도대회 등이다.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세종학당도 문을 열었다.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 원유 매장량 3위의 이란은 한국의 중요한 자원 공급국이다. 인구 7500만명의 이 나라는 한국의 중요한 수출시장이기도 하다. 프라이드의 이란 버전 사이파(Saipa) 승용차가 거리를 메우고 삼성, LG의 TV와 냉장고, 에어컨이 인기를 끄는 나라가 이란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교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럴수록 적극적 문화 교류는 자칫 서먹해질 수도 있는 두 나라 국민의 마음을 굳건히 이어가는 역할을 해낼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3-10-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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