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드라마와 역사적 진실/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드라마와 역사적 진실/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3-08-09 00:00
수정 2013-08-0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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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 소설은 사실이 아닌 허구(fiction)의 창작물이다. 그런데 사극이나 역사소설은 허구에 사실(역사)을 접목시키다 보니 실체적 진실과 충돌할 요소를 늘 품고 있다. 역사소설의 경우 우리는 실제 역사와 얼마나 다른지 크게 따지지 않는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나 홍명희의 ‘임꺽정전’을 그저 재미있게 읽을 뿐이지 소설 속의 내용이 실제로 있었는지 신경을 쓰지 않듯이 말이다. 사실 삼국지 내용 중 역사와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을 열거하면 책 한 권으로 모자란다고 한다. 초선이나 이유와 같은 다수의 등장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가공의 인물이다.

그러나 역사 드라마, 즉 사극에서는 좀 다른 것 같다. 작가는 되도록 사실에 충실하려고 애쓰지만 역사서의 기술만으로는 우선 드라마 분량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작은 역사적 사실에 살을 붙이고 더러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내용을 비틀기도 한다. 작가 신봉승씨는 고증을 거친다고 해도 사건이나 인물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사례가 워낙 많다 보니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는 역사학자의 입장에서는 마뜩잖을 수밖에 없다.

10여년 전 역사평론가 이덕일씨는 한 방송사의 사극 ‘왕과 비’의 작가 정하연씨와 맞붙었다. 세조의 계유정난과 사육신을 왜곡했다는 주장이었다. 작가로서는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고 싶었을 게다. 근래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가 등장하면서 왜곡 논란이 더욱 잦아졌다. 장희빈을 다룬 한 방송사의 사극 ‘장옥정’을 두고 시끌시끌하다. 왕이 자신을 ‘과인’이 아닌 ‘짐’이라고 호칭한 것, 죽은 뒤에 붙여졌던 인현왕후 같은 ‘시호’를 산 사람에게 사용한 점 등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특히 장희빈이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모습은 아무리 퓨전 사극이라 해도 너무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사극보다 더 사실에 충실하게 제작하는 분야가 다큐멘터리 영화나 드라마다. 사실임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을 포함한 다큐멘터리는 소송전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한 대학교수의 이른바 ‘석궁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었다. 부러진 화살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이 천안함 폭침 사건을 다룬 다큐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제작했는데 유족과 장교들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법정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침몰의 원인을 좌초와 충돌로 몰고 갔다는 게 원고들의 주장이다. 표현의 자유와 사실 왜곡의 주장 사이에서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13-08-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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