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차선 바꾸는 차 많으면 체증 커져… 정체 시작되면 없애는 건 불가능

    또 한번의 전쟁을 치를 때가 됐습니다. 매년 설과 추석 때마다 치르는 ‘교통전쟁’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지만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에게 추석 도로 상황은 그야말로 ‘악몽’입니다.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발간한 ‘2015년 교통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고속도로 길이는 4194㎞, 2015년 추석 연휴 사흘간 고속도로 이용 차량 대수는 약 1380만대였습니다. 산술적으로만도 고속도로 1㎞에 자동차가 약 1096대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도 않고 앞차와 조금 틈이 벌어진 사이를 끼어드는 얌체 차량까지 만나면 좋은 기분이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추석이나 설 명절 때가 아니라도 뻥 뚫려 있던 도로가 이유 없이 꽉 막혀 움직이지 않는 경험을 한번쯤 해본 적 있을 겁니다. 옆 차로의 차들이 잘 달리는 것 같아 차선을 바꾸면 도리어 원래 있던 차로의 차들이 더 잘 빠지는 것 같아 속상한 적도 있을 겁니다. 교통 정체 없는 도로는 없는 것일까요. 교통공학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물리학자, 수학자들도 교통 체증의 비밀을 풀어내는 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로가 막힌다고 이리저리 차로를 바꿔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고향 가는 길, 과학책 어때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고향 가는 길, 과학책 어때요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도 벌써 한 달이 지났고 선선한 가을이 시작된다는 ‘처서’도 열흘이나 지났습니다. 여전히 한낮에는 덥지만, 세상이 한증막인가 싶었던 지난 8월 무더위를 생각하면 ‘그래도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가을 하면 뭘 떠올리시나요. ‘독서의 계절’도 여러 심상 중 하나일 것입니다. 가을보다는 여름이나 겨울에 책이 더 많이 팔린다는 통계도 있지만, ‘가을=독서’라는 공식 덕에 평소 책을 멀리하던 사람들도 한번쯤 서점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영화·알파고 등 관련 뉴스 쏟아져 최근 서점에 들러본 분들이라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겁니다. 예전과는 달리 신간 코너 전면에 과학책들이 많이 배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2010년대 초반에는 자기개발서나 힐링 관련 책, 2~3년 전부터는 인문학 관련 책들이 베스트셀러와 신간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과학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과학책에 대한 출판계와 대중의 관심은 2014년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비롯한 현대 우주론을 바탕으로 한 영화 ‘인터스텔라’가
  • [사이언스 톡톡] 인류의 조상 ‘루시’ 사인은 추락사

    318만년 전 살았던 인류의 조상 ‘루시’(학명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어떻게 사망했을까. 최근 고고학자들이 고해상도 3차원(3D) 스캐닝 기술을 활용해 루시의 사인이 ‘낙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대 공동연구팀은 루시 화석을 정밀 컴퓨터단층촬영(CT)과 3D 스캐닝 기술로 분석한 결과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 흔히 나타나는 어깨와 골반, 무릎 골절 흔적을 확인했다. 이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9일자에 담겼다. 1974년 에티오피아 하다르 계곡에서 발견된 루시는 직립보행을 한 것으로 알려진 최초의 여성 인류화석이다. 키는 104.1㎝, 몸무게는 27.2㎏ 정도로 침팬지처럼 짧은 다리와 긴 팔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루시의 뼈를 정밀 분석한 결과 팔을 뻗어 낙하 속도를 늦추려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른쪽 어깨뼈의 골절과 압박 흔적을 발견했다. 또 골반과 무릎, 오른쪽 발목에서도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손상의 흔적을 찾아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루시는 10~12m 높이의 나무에서 떨어져 사망했으며 땅바닥에 충돌하는 순간 속도는 시속 60㎞ 정도였을 것으로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갈매기 뱃속 칫솔·플라스틱 ‘남극의 눈물’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갈매기 뱃속 칫솔·플라스틱 ‘남극의 눈물’

    인간이 만들어낸 각종 화학물질과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북반구에 오염이 발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죠. 최근 남극과 남극 주변에 살고 있는 동물들도 심각한 화학물질 중독증상을 겪는다는 연구결과가 환경분야 국제학술지에 잇따라 실렸습니다. ●조류 깃털의 수은 농도 25년 전의 2배 환경분야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 최신호에는 남극 일대를 날아다니는 자이언트풀마갈매기의 체내에서 살충제인 DDT, 발암물질인 폴리염화바이페닐(PCBs), 폴리브롬화다이페닐에테르(PBDEs) 같은 물질들이 심각할 정도로 축적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스페인 유기화학연구소 환경화학분과 연구진과 바르셀로나대 동물학연구소,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공동연구진이 이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또 독일 조류연구소, 그리스 데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대, 남아공 케이프타운대,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공동연구진은 남반구 일대를 날아다니는 알바트로스를 비롯한 조류 25종의 깃털에서 수은을 발견했습니다. 문제는 수은 농도가 25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는 겁니다. 이 연구는 환경분야 국제학술지 ‘환경 오염’ 9월호에 발표했습니다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개·고양이 활용 임상실험 생쥐 실험보다 도움 클까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개·고양이 활용 임상실험 생쥐 실험보다 도움 클까

    신약 개발자나 생물학 연구자들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은 뭘까요. 바로 ‘쥐’입니다. 실제로 전 세계 동물실험의 97~99%가 쥐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동물실험 97% 이상 쥐 이용 가장 큰 이유는 쥐 한 마리 값이 2만~3만원 안팎으로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이한 유전자를 지니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쥐는 수천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쥐는 주로 시궁쥐로 불리는 집쥐(rat)와 생쥐(mouse)인데 쥐를 실험에 많이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왕성한 번식력 때문입니다. 쥐는 한번에 5~10마리의 새끼를 낳고, 이들 2세가 다시 3세를 낳기까지 9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수백년에 걸쳐 이뤄져야 하는 후대에 대한 영향 실험을 1~2년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 임상실험에 쥐 대신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들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과학 저널 ‘사이언스’도 최근 ‘개나 고양이를 이용한 임상실험이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심층 분석을 내놨습니다. 일반적인 신약개발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쥐를 이용해 최초 신약 테스트를 한 뒤 원숭이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잘나가던 법조인, 왜 과학자가 됐나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잘나가던 법조인, 왜 과학자가 됐나

    20대에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촉망받던 젊은 법조인이 어느 날 우연히 수학책과 물리학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나는 이제 평생 사람을 위한 법이 아닌 자연에 숨겨진 법칙을 연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돈 잘 벌고 편하게 살 수 있는 법률가직을 버리고 왜 굳이 힘든 길을 가려고 하지?” 또는 “대단하네. 뭘 하든 큰일을 낼 것 같은데.”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선 전자로 생각하는 분들이 조금 더 많으실 것 같습니다. ●아보가드로 탄생 240년 이런 ‘코페르니쿠스적’ 진로 변경을 한 사람은 요즘 사람은 아닙니다.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화학자이자 물리학자입니다. 로렌초 로마노 아메데오 카를로 아보가드로 디 콰레크나 에 디 세레토 백작, 240년 전 오늘 태어난 이 사람은 역대 과학자 중 가장 이름이 길죠. 그래서 간단히 아메데오 아보가드로(1776~1856)라고 부르는 이 사람은, 화학과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 수업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아보가드로 법칙’과 ‘아보가드로 수’를 만든 사람입니다. ●수학·물리학에 반해 전업 아보가드로 가문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슈퍼박테리아 잡는 콧속 세균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슈퍼박테리아 잡는 콧속 세균

    美 매년 1만 1000명 숨지는 황색포도상구균 제거에 특효 슈퍼박테리아와 코. 이 둘을 연결할 무언가, 있을까요. 아무런 관계가 생각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두 단어의 연관성이 밝혀진 것이 아주 최근 일이니까요. 독일 연구팀이 우리 콧속에 어마어마한 물질이 있다는 걸 알아냈는데, 그 물질로 슈퍼박테리아를 때려잡을 수 있다는 겁니다. ●독일 연구진 ‘루그두닌’ 발견 독일 튀빙겐대 미생물학 및 면역의학연구소와 유기화학연구소 소속 연구진은 사람의 콧속에 항생물질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 지난달 27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의 콧속에 살고 있는 세균이 만들어 내는 물질이 치명적인 슈퍼박테리아 중 하나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제거하는 데 특효약이라는 것입니다. 포도상구균은 1878년 하인리히 로베르트 코흐 박사가 처음으로 찾아냈습니다. 코흐 박사는 결핵균을 발견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포도상구균은 자연계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환경에 저항성이 강하기 때문에 생물체에 달라붙어 기생하지 않더라도 장기간 생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건강한 사람의 피부, 점막, 상(上)기도, 비뇨기, 소화기
  • [사이언스 톡톡] 실크로드서 찾은 화장지 전염병도 비단 따라 왔네

    반갑네, 난 페르디난트 프라이헤어 폰 리히트호펜(1833~1905)일세. 독일의 지질학자이자 지리학자이지. 동양과 서양을 연결시켜준 통상로인 ‘실크로드’라는 명칭을 처음으로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나야. 내 이전까지 지리학은 책상에서 지도나 보고 해당 지역을 여행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모아 연구하는 일종의 탁상공론의 학문이었어. 그렇지만 난 지리학이란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봐야 하는 관찰실험 학문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네. 베를린대학에서 지질학을 배우고 빈 지질조사소에서 근무하던 때인데, 1860~1862년에 극동경제사절단에 소속돼 스리랑카와 대만, 필리핀, 일본 등을 방문했고, 이듬해부터 1868년까지 5년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리학적 조사를 했지. 1868~1872년에는 중국 상하이 서방상인회의 지원으로 중국과 티베트 일대 지질, 광산, 해안선 등을 조사하고 ‘중국’이라는 제목으로 5권짜리 책을 펴냈다네. 1권 후반부에 동서교류사를 개괄하면서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경유하는 교역로를 통해 중국의 비단이 수출됐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그 길을 ‘자이덴슈트라센’(Seidenstrassen), 즉 ‘비단길’(실크로드)이라고 이름 지었지. 내가 처음 이름 붙인 실
  • [사이언스 톡톡] ‘빛 공해’ 암·심혈관 이상까지 부른다

    [사이언스 톡톡] ‘빛 공해’ 암·심혈관 이상까지 부른다

    반갑네, 난 ‘멘로파크의 마법사’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일세. 1000여건이 넘는 발명과 제품 개선 때문에 흔히 ‘발명왕’이라고 부르지. 오늘은 나에게 가장 큰 영광과 함께 몰락을 가져다 준 인공조명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하네. 인공조명은 18세기 중엽 유럽에서 산업이 발달하면서 대량 생산을 위해 밤에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생겼지. 처음 등장한 것은 가스등이었는데 불빛이 그리 밝지 않고 자칫 가스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 새로운 조명이 필요했지. 그러던 중 1808년 영국의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 경이 탄소에 전류를 흘리면 빛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아크등을 만들었어. 빛이 강해 공장에서 쓰기는 좋지만 가정에서까지 활용하기엔 무리가 있었지. 그래서 나는 집에서도 쓸 수 있는 안전한 인공조명 개발에 집중했어. 마침내 1879년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12월 3일 미국 뉴저지에 있는 멘로파크 연구소에서 백열전구가 처음 빛을 내도록 하는 데 성공했어. 진공의 유리구 속에 실을 태운 필라멘트를 이용해 전류를 흘려 빛을 내도록 한 거야. 10시간을 못 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40시간이나 지속하는 데 성공했지. ●신체적 건강·노화 속도
  • [사이언스 톡톡]  생존위기에 처한 완두콩  ‘모 아니면 도’ 도박한다

    [사이언스 톡톡] 생존위기에 처한 완두콩 ‘모 아니면 도’ 도박한다

    안녕, 난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1707~1778)야. 현대 식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해. 생물학 관련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명을 처음 만든 사람이지. 학명은 속명 다음에 형용사로 된 종명을 붙인 두 개의 단어로 생물을 정의하는 방법이야. 나는 어려서부터 꽃과 곤충을 좋아해서 8살 때 이미 ‘꼬마 식물학자’라고 불리기도 했지. 목사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룬트대학교 의학부에서 의술을 공부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지. 그래서 22살에 웁살라대로 옮겨 당시 저명한 식물학자였던 올로프 셀시우스 교수님을 만나게 됐어.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고나 할까. 셀시우스 교수님 덕분에 식물학 강사 자리도 얻고 생물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됐으니까 말야. 내가 이름 붙인 생물들은 식물 8000여종, 동물 4400여종에 이르지. 사람을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1758년 내 책에서 처음이었지. 생물들에 이름을 지어 주고 관심이 많았지만 나 역시 ‘식물=수동적 생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 이런 생각은 현대 생명과학자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그런데 얼마 전에 생물학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
  • [사이언스 톡톡] 생명윤리 논란 속 탄생 20종 동물복제 길 열어

    [사이언스 톡톡] 생명윤리 논란 속 탄생 20종 동물복제 길 열어

    안녕, 난 ‘돌리’라고 해. 내 20살 생일을 맞아 여러분을 찾아왔어. 1996년 7월 5일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 미국 주간지 ‘타임’의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고, 내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연극과 만화, 오페라도 나왔다고 들었어. 광고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었지. ‘미인박명’일까. 난 6년밖에 살지 못했어. 6살짜리가 무슨 미인박명이냐고? 깜박했네. 난 사람이 아니라 바로 복제양이야. 지금이야 동물 복제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이지만 당시에는 실험실에서 번식이 이뤄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어. 심지어 과학자들도 ‘복제 동물 탄생은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얘기’라고 한 상황에서 내가 태어났으니 사람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복제 인간을 꿈꾸는 과학, 인간의 몰락’이라는 제목과 함께 히틀러와 아인슈타인 박사, 메릴린 먼로의 모습으로 가득 찬 표지로 내 탄생을 알리기도 했어. ‘타임’에서는 나에 대한 특별기사를 14쪽이나 실으면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양털 스웨터에 헐렁한 파카를 입고 부드러운 영국 말투에 은행원 같은 얼굴을 하고 나타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며 나를 태어나게 해준 이언 윌멋
  • [사이언스 톡톡] “나 미세먼지 나이 200살도 안 돼…늦가을~봄철 한국에 자주 나오지”

    안녕, 오랜만이야. 난 미세먼지(PM10)라고 해. 인사해, 내 동생 초미세먼지(PM2.5)도 함께 왔어. 막내 동생인 극초미세먼지(PM0.1)와 친척형 황사는 오늘 같이 못 왔어. 우리는 ‘에어로졸’ 가문에 속해 있어. 에어로졸은 우리처럼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액체나 고체입자들을 말하는데 우리 가문에서 가장 유명했던 것은 황사 형이었지. 황사 형은 삼국사기에도 나올 만큼 오래됐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공장을 돌리고 자동차를 운행하거나 난방을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기 시작하면서 생겼어. 그러니까 길어봐야 우리가 태어난 것은 200년도 안 된단 말이야. 요즘은 나랑 내 동생들이 뜨고 있지. 우리 때문에 지난해 가을부터 지난 5월 말까지 숨쉬기 힘들었지? 난 황사 형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구성 성분은 완전히 달라. 황사 형의 몸은 칼륨, 철분, 알루미늄, 마그네슘 같은 흙 성분이 대부분이지. 우리는 부모님을 봐서 알겠지만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탄소화합물, 중금속 등이 주를 이루고 있어. ●나 때문에 최고 年 600만명 죽는대 이런 우리 체성분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고생하는 것 같아 나도 안타까워.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140만~600만
  • [사이언스 톡톡] 스누피, 줄기세포 치료 받아볼래?

    [사이언스 톡톡] 스누피, 줄기세포 치료 받아볼래?

    안녕, 난 스누피야. 영국 잉글랜드 출신의 비글종으로 찰스 먼로 슐츠(1922~2000) 아저씨가 1950년부터 2000년까지 신문에 연재한 4칸짜리 만화 ‘피너츠’에 등장했어. 주인인 찰리 브라운과 함께한 내 이야기는 전 세계 75개국 2600종의 매체에 연재됐고 총발행부수가 3억부가 넘어 만화계의 전설로도 불리지. 실제로 나를 그린 슐츠 아저씨는 1992년에 조사한 미국 개인소득 직업별 상위순위에서 만화가 중 가장 많이 돈을 번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어. 그때 영화계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방송계에서는 오프라 윈프리가 1위를 차지했다지. 내가 얼마나 유명했냐 하면 말야, 1969년 5월 18일 발사된 미국의 아폴로 10호 사령선 호출부호로 찰리 브라운, 달착륙선 호출부호에는 내 이름이 붙었어. 아폴로 10호는 두 달 뒤에 발사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를 위한 최종 리허설 임무를 맡았던 우주선이야. 요즘 많은 애완견들은 대부분 주인의 집에서 지내잖아. 만화를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나는 집 밖에 있는 개집에서 지냈어. 심지어 폐소공포증 때문에 잠도 내 집 지붕에서 잤지. 내가 처음 등장한 1950년대에는 아무리 애완동물이라고 하더라도 요즘처
  • [사이언스 톡톡] 호빗 조상은 180㎝ 거인족?

    [사이언스 톡톡] 호빗 조상은 180㎝ 거인족?

    반가워. 난 빌보 배긴스야. 중간계의 평화를 위해 절대 반지를 파괴하러 떠나는 ‘반지 원정대’ 중 한 명인 프로도가 내 조카지. 나와 내 조카 얘기는 영국 옥스퍼드대 영문과 J R R 톨킨 교수의 소설과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들 덕분에 잘 알고 있을 거야. 어쨌든 우리는 중간계라는 땅에서 살고 있는 종족이야. 다른 종족들과는 달리 우리는 다 자란 성인의 키도 인간족의 5~6살 어린아이와 비슷한 정도인 1m에 불과해. 그래서 나이가 많이 들어도 어린아이의 모습과 비슷하지. 톨킨 교수가 쓴 소설 ‘호빗’의 첫 문장(‘땅속 어느 굴에 호빗이 살고 있었다’)처럼 우리는 동굴에서 살아. ●호모에렉투스… 인도네시아서 발견된 70만년 전 이빨·턱뼈 화석 많은 사람이 우리는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는 실제로 과거에 지구상에 존재했던 종족이야. 물론 영화에서 나오는 외모와는 좀 많이 다르지만 말야. 원래 우리 종족 이름은 호빗이 아니라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지. 2003년 우리 화석이 처음 발견된 곳이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 리앙부아 동굴이었기 때문에 ‘플로레스 섬에 살았던 사람’이란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야. 어쨌든 우리의 존재는 호주의 고고학자 마이
  • [사이언스 톡톡] 플라스틱 조각 먹고 신경세포 이상…‘겁 잃은 물고기’ 포식자 나타나도 도망 안 가

    [사이언스 톡톡] 플라스틱 조각 먹고 신경세포 이상…‘겁 잃은 물고기’ 포식자 나타나도 도망 안 가

    낯선 상황에 놓이거나 불안감이 고조되면 생존과 안전에 대한 위협을 느끼는 ‘공포’ 상태에 빠지게 된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런 공포감은 사람뿐 아니라 모든 동식물이 느낀다. 그런데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는 뇌의 측두엽 전방 안쪽에 있는 편도체가 손상되면 이른바 ‘겁을 상실한’ 상태가 돼 공포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스웨덴 웁살라대 생태학·유전학과 오나 뢴스테트 교수팀은 바닷속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새끼 물고기(치어)들의 후각세포와 신경세포에 이상을 유발해 겁을 상실한 상태를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3일자에 발표했다. 또 연구진은 플라스틱 알갱이에 한번 맛을 들이기 시작한 치어들은 다른 먹이는 먹지 않고 플라스틱 조각과 가루만 먹으려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플라스틱 조각이 치어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크푸드’라는 것이다. 미국 조지아대와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대(UC샌타바버라) 공동 연구진이 지난해 2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용품 쓰레기 등 플라스틱류 물질들이 매년 400만t 가까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이렇게 흘러든 플라스틱들은 바다에서 잘게 쪼개져 치어들의 입속으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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