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 존엄한 삶·죽음은 무엇인가… 대화로 풀어보는 ‘죽을 권리’

    존엄한 삶·죽음은 무엇인가… 대화로 풀어보는 ‘죽을 권리’

    올해 88세인 다이앤 렘은 미국 공영방송 NPR에서 1979년부터 2016년까지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를 진행한 베테랑 방송인이다. 지난 10년간 존엄사 지지 운동에 앞장서 온 그는 ‘죽을 권리에 대한 논쟁에서 가장 저명하고 핵심적인 인물’(워싱턴포스트)로도 꼽힌다. 그가 존엄사 운동에 뛰어든 계기는 2014년 파킨슨병으로 고통스러워하다 열흘간의 자발적인 섭식 중단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남편 존의 죽음이었다. 부부의 거주지인 메릴랜드주가 존엄사를 허용하지 않았기에 선택한 방법으로, 이 사건은 미국에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전 그가 열아홉살 때 간경변 말기 환자인 어머니가 병원 침상에서 극심한 고통으로 ‘죽게 해 달라’고 애원하는데도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경험에서 죽을 권리에 대한 믿음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책은 렘이 존엄사를 선택한 말기 환자와 가족, 의사와 간호사, 호스피스 및 완화 의료 종사자, 종교 지도자, 입법가 등 23명과 존엄한 죽음을 주제로 나눈 대화 모음집이다. 저자는 존엄사를 지지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방적인 주장만을 나열하지 않는다. 존엄사 요구가 고립 문화 증가와 같은 실존적
  • 소통 위해 진화한 목, 질식 위험 높였다

    소통 위해 진화한 목, 질식 위험 높였다

    조지 부시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할리 베리 등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음식물이 목에 걸려 죽을 뻔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원인은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 목의 변화 때문이다. 그러니까 복잡한 말소리를 내도록 진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목의 구조적 변화 때문에 질식사할 가능성이 다른 동물에 비해 현저히 높아진 것이다. 살기 위해 먹다가 스스로를 죽일 수도 있다니, ‘진화’라 부르기 머쓱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이는 인체의 수많은 설계 결함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인간이 되다’는 이처럼 경이로운 진화 그 자체이면서도 거대한 결함의 총체인 인간의 몸이 만들어 낸 사회와 역사, 문명 등 광범위한 분야를 다룬 책이다. 저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이른바 ‘인간 삼부작’ 중 마지막 편이다. 저자는 첫 번째 책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에서 지식은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는가를, 두 번째 책 ‘오리진’에서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를 질문한 데 이어,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은 어떻게 문명과 세계사를 형성했는가를 묻고 있다. 책은 상식이라 생각되는 걸 묘하게 비튼다. 그래서 더 관심이 쏠린다. 농업을
  • ‘빛’처럼 ‘음악’처럼… 장마에 읽을만한 책 3총사

    ‘빛’처럼 ‘음악’처럼… 장마에 읽을만한 책 3총사

    장마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추적추적 떨어지는 빗소리와 함께 홀랑홀랑 가볍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소설집(앤솔러지)이 쏟아지고 있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책 3권을 소개한다. 책을 다 덮고 나면 쨍한 무더위가 찾아와 있겠다. 돋보이는 책은 프란츠에서 펴낸 ‘음악소설집’이다. 비 내리는 계절에 ‘음악’을 키워드로 한 소설들을 엮었다. 여기서 김현식의 명곡 ‘비처럼 음악처럼’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참여한 작가들도 화려하다. 편혜영,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다섯 작가는 각각 열렬한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다. “가장 친밀했던 존재가 한순간 낯을 바꿔 경멸 섞인 무관심을 드러내자 나는 금세 위축되었다. 무엇을 하든 탓하고 의심했다. 한때 사랑했던 것들과 어떻게 헤어져야 하는지 몰라서였다.”(편혜영, ‘초록 스웨터’·195쪽) 누군가의 죽음 이후 남겨진 자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편혜영의 소설 ‘초록 스웨터’가 인상적이다. 죽은 엄마가 남긴, 미처 다 뜨지 못한 초록색 스웨터를 들고 엄마의 친구인 ‘영주 이모’와 함께 강화도로 떠난다. 그곳에서 엄마의 어릴 적 친구인 ‘나주 이모’를 만난다. 나주 이모는 주인공에게 엄마가 불
  • 경영난 심화 문학사상…휴간 이어 신인문학상 시행도 중단

    경영난 심화 문학사상…휴간 이어 신인문학상 시행도 중단

    이상문학상 주관사였던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이 경영난 심화로 휴간에 이어 신인문학상 시행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문학사상은 지난 1일 공지를 통해 “월간 ‘문학사상’이 올해 5월호부터 일시 휴간 중인 상황에서 2024년 신인문학상 역시 시행이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1972년 창간한 월간 문학사상은 한 때 한국 최고 권위를 자랑했던 종합문예지다. 2024년 4월호까지 통권 618호를 발행했다. 문학사상 신인문학상도 창간 2년 뒤 제정해 그동안 신진 작가들의 주요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4월호 이후 누적된 경영난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 국내 최고 권위의 단편문학상인 이상문학상의 주관사도 다산콘텐츠그룹으로 넘긴 바 있다.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문학사상 주간 재직 당시 시행된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은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 0장’이었다. 이후 이상문학상은 이청준·오정희·최인호·이문열·한강 등 한국의 대표 작가들을 배출했다. 월간 문학사상의 정기구독자는 전성기에 1만명이 훌쩍 넘었지만, 문학의 위상 약화와 출판환경의 변화로 구독자가 꾸준히 감소해 최근에는 수백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학사상사의 적자도 매월 1억원 이상 나고
  • 한국문학 상반기 결산…국제문학상 3건, 최종후보는 5건

    한국문학 상반기 결산…국제문학상 3건, 최종후보는 5건

    한국문학이 올해에도 주요 국제문학상 수상을 비롯해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1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총 3개 작품이 국제문학상을 받았고, 5개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환상통’(최돈미 번역)이 미국 전미도서 비평가협회상,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최경란·피에르 비지유 번역)가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황보름의 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마키노 미카 번역)가 일본 서점대상을 각각 받았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황석영 소설 ‘철도원삼대’(김소라·배영재 번역)가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 김숨의 소설 ‘떠도는 땅’(최애영·안나 벨레민 노엘)이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1차 후보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마영신의 만화 ‘엄마들’은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최종후보와 함께 프랑스 앙굴렘 만화축제 공식경쟁 후보로도 올랐다. 임성순 작가의 소설 ‘컨설턴트’는 영국 추리문학상인 대거상 최종후보에 올라 있으며 오는 4일(현지시간) 수상 여부가 결정된다. 2016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부커상을 받으며 한국문학의 세계적 관심을 촉발한 뒤로 본격적인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
  • 이번 주 베스트셀러 시장 40·50대가 견인…유시민·김훈 신간 순항

    이번 주 베스트셀러 시장 40·50대가 견인…유시민·김훈 신간 순항

    이번 주 베스트셀러는 40~50대가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교보문고가 28일 발표한 6월 넷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유시민 작가의 정치 분야 신간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 출간과 동시에 1위를 차지했다. 유 작가의 신간은 최근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역주행 인기를 끌었던 ‘리틀 라이프’를 밀어냈다. 구매자 연령대를 보면 10권 중 7권을 40~50대가 산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의 구매 비중은 35.6%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50대가 33.1%로 기록됐다. 반면 10~20대에서는 3.6%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런 패턴은 김훈 작가의 신간 에세이 ‘허송세월’에서도 나타났다. 김 작가의 책의 주 구매층이 50대 이상으로, 이들 덕분에 전주보다 3계단 오른 6위를 차지했다. 한편, 지난 26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의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에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오랜만에 도서 시장이 활기를 보였다.
  • 역사의 주체는 천재일까 군중일까

    역사의 주체는 천재일까 군중일까

    베르나르 베르베르 ‘스파이 소설’ ‘집단’ ‘개인’ 각각의 힘 믿는 2인 세계라는 체스판에서 전략 대결 이순신 장군 생애 언급도 인상적 600쪽 분량이지만 어느새 몰입 역사를 이끄는 주체는 위대한 천재인가, 아니면 개인의 총합인 군중인가. 둘 중 하나를 고르기도, 쉽게 ‘절충’하기도 어려운 문제다. 흑과 백으로 이뤄진 체스판이 결코 ‘회색’으로 종합되지 않듯이. 상대의 ‘왕’을 죽이고 오롯이 점령해야만 게임은 끝난다.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3)가 새 책 ‘퀸의 대각선’으로 돌아왔다. 대표작 ‘개미’를 비롯해 ‘타나토노트’, ‘신’ 등 과학적 혹은 신화적 상상력이 돋보였던 앞선 소설들과는 결이 다르다. 체스와 세계사를 소재로 앞세운 한 편의 ‘스파이 소설’이다. 두 권 합쳐서 정확히 600쪽으로 꽤 두툼한 분량이다. 하지만 빠르고 쉽게 읽힌다. 군더더기 없이 경쾌하면서도 결말을 향해 질주하듯 나아가는 문체 덕이다. 곧 다가올 여름휴가 때 피서지에서 가볍게 훌훌 넘겨 읽기 좋겠다. “체스 게임은 한 편의 셰익스피어 비극을 닮았어. 첫 장면들에서는 펼치고 드러내지. 주인공이 드러나고 갈등이 싹트는 거야.
  • 풍부한 감수성이란… 어려운 시기도 아름답게 건널 수 있는 능력

    풍부한 감수성이란… 어려운 시기도 아름답게 건널 수 있는 능력

    서울신문에 치유의 관점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를 연재했던 정여울(48) 작가가 공간뿐 아니라 낱말, 사물, 인물 등을 통해 나의 아름다운 잠재력을 깨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남들은 못 느끼는 것을 느끼는 예민한 감수성이 자신의 남다른 재능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풍부한 감수성은 단지 느끼고 깨닫는 능력뿐 아니라 행동하고 살아가는 능력까지 확장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감수성이 무진장 풍부한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의 심연을 아름답게 건너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작가는 타고난 게 없어도 감수성은 훈련으로 길러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감수성 모터’를 이식하기 위한 일종의 수업일지다. “훈련방식은 더 많이, 더 자주 느끼고, 깨닫고, 읽고 쓰고 말하며, 마침내 타인과 공감하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어떤 새로운 느낌이 뜨겁게 말을 걸 때까지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맹렬하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는 효율성과 의무감에서 벗어난 ‘감수성 리추얼’을 시도해 보자고 제안한다. 작가는 우선 그저 마음속으로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고,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는 단어들을 데려온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매일 아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시인 김수영과 아방가르드 여인(홍기원 지음, 어나더북스) 그랬더니 수영의 입에서 나온 또 한마디는 “그리로 가자!”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식을 거부하는 수영다운 대답이었다. 시인 김수영의 아내 김현경 여사의 구술을 바탕으로 ‘김수영기념사업회’ 홍기원 이사장이 재구성한 책이다. 부잣집 딸로 자란 열여섯 살 문학소녀가 행색이 남루하기 짝이 없는 스물두 살 시인 나부랭이 지망생을 만나 겪은 지독한 사랑, 고통, 그리움이 담겼다. 김수영이 그에게 전한 “문학하자!”, “가자!”라는 말이 두 사람을 결합한다. 424쪽. 2만 2000원. 쿵! 안개초등학교1(보린 지음, 센개 그림, 창비) 총소리가 귀를 때렸다. 먼지가 가라앉기도 전에 다시 총알이 쏟아졌다. 총알은 문 앞까지 내리박히는가 싶더니, 소나기처럼 사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도래오가 흐느꼈다. “왜 총을 쏘지? 우린 어린애들인데, 아무 힘도 없는데 왜?” 2021년 ‘쉿! 안개초등학교’를 출간하며 어린이 독자를 사로잡은 보린 작가가 3년 만에 후속작 ‘쿵! 안개초등학교’로 돌아왔다. 전쟁, 전염병, 굶주림 등 끔찍한 비극으로 공동체가 무너진 사건들 속에서 살아남은 어린이를 조명한다. 124쪽. 1
  • ‘MAGA’ 실현 가능할까… 로마제국을 보면 안다

    ‘MAGA’ 실현 가능할까… 로마제국을 보면 안다

    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약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주 써 유명해졌지만 그가 처음은 아니었다. 빌 클린턴도, 로널드 레이건도 썼다. 이 구호는 역설적이다. 미국이 더는 위대하지 않다는 걸 암시하니 말이다. 미국으로 상징되는 서구는 강력한 제국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는 이에 대한 해답을 밝히려는 책이다. 책은 로마제국의 흥망성쇠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현대 서구의 발전 경로가 로마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대제국 로마는 예수 탄생 이후 500년 동안 서서히 쇠퇴했다. 이는 20세기 말까지 최고의 번영을 누리다 21세기 들어 쇠퇴를 보이기 시작한 서구 입장에서 섬뜩한 메시지다. 변화하지 않으면 로마제국처럼 붕괴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예전 방식으로는 다시 위대해질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 질서는 이미 붕괴의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 20세기 말까지 서구는 자유무역, 국제금융 시스템 등을 통해 제3세계 국가들에 경제 제국으로 군림했다. 그 지배력이 21세기 들어 빠르
  • [책꽂이]

    [책꽂이]

    수능 해킹: 사교육의 기술자들(문호진·단요 지음, 창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킬러문항 논란,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N수생 증가 등 한국 사회에서 대학입시만큼 주목받는 이슈는 사실상 없다. 수능 한 번으로 사실상 평생 소득이나 인간관계를 비롯한 삶의 상당 부분이 좌우되는 현 사회체제에서는 입시제도를 혁명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수능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각종 자료와 함께 수많은 학생과 교사, 전현직 사교육 종사자들을 상대로 한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 현재의 수능이 얼마나 기괴한 방식으로 변질해 있는지 보여 준다. 504쪽, 2만 3000원. 중화, 사라진 문명의 기준(배우성 지음, 푸른역사) 고대 이래로 중국인들은 중화와 이적을 이항 대립의 양편에 두고 이해했다. 근대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중화는 새롭게 정의됐고, 신조어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서울시립대 국사학과에서 조선 후기 사상 및 문화사를 연구하는 저자는 중국인들이 중화를 어떻게 정의했는지가 아니라 중화가 시기별로 다른 사회집단에 의해 어떻게 재구성됐는지 그리고 한반도 역사 속 선비정신과 사대주의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들여다본다. 672쪽, 3만 7900원
  • 세계 덮친 ‘VUCA 쓰나미’… 위기는 오히려 기회

    세계 덮친 ‘VUCA 쓰나미’… 위기는 오히려 기회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머리글자를 딴 ‘VUCA’는 1980년대 말 미국 육군대학원이 냉전 시대보다 더 예측하기 힘든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군사 용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문학평론가이자 30여년간 뉴욕타임스 서평가로 명성을 날렸던 저자가 보기에 전 세계가 정치, 경제, 기술의 격변으로 뒤흔들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VUCA 시대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은 사회적 고립과 정치·경제적 불평등을 키웠고,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은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유럽에선 극우 정당이 득세하고,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는 전쟁터가 됐다. 인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기후변화 재앙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으며, 2022년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등장 이후 AI 개발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저자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붕괴시키고 근본적 변화가 가능한 패러다임을 도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위기를 ‘힌지모멘트’, 즉 분수령으로 봐야 한
  • 모든 몸은 평등하다, 그 자체로 아름답게

    모든 몸은 평등하다, 그 자체로 아름답게

    장애를 갖고 태어난 저자 변호사 겸 무용수로 활동 외면받던 몸이 직업으로 무대 오르기까지의 경험 춤의 역사와 엮어 돌아봐 ‘실격시킨’ 몸에 대한 사유 편견의 뿌리부터 흔들어 등을 꼽추처럼 말고 눈을 사팔뜨기처럼 하고 추는 이른바 ‘병신춤’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장애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희화화한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위선에서 벗어나 장애를 춤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나 비장애인인 당신이 놓친 게 하나 있다. 바로 춤추는 이들 모두가 비장애인이라는 점. 앞선 저작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통해 소수자들도 그 자체로 존엄하고 매력 있는 존재라고 주장했던 저자가 이번엔 장애인의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던 저자는 특수학교 중학부에 입학해 장애인 친구들을 만났고, 고등학교 때는 일반학교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변호사가 됐지만 지금은 불거진 가슴과 가느다란 다리를 내보이는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감으로 삼고 춤의 역사를 끌어와 이를 엮어 사유한다. 무용사에 기이한 신체가 등장하는 사건을 조망하는 것을 시작으로 서양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 무용가 최승희, 맨발의
  • 과학도 어쩔 수 없는 노화…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

    과학도 어쩔 수 없는 노화…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

    ‘우리는 왜 죽는가’ 노화과학 최근 50년 연구 정리 ‘젊게 늙는 사회’ 초고령 개인·사회 시스템 진단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늙고 죽는 것, 학문적 이론 소개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후 꿔 왔던 거의 유일한 꿈은 바로 ‘늙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이었다. 최근 과학기술과 의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불로초를 찾으려 했던 진시황제가 바랐던 수준의 불로장생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대수명은 100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기대수명과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숙명인 ‘노화’와 ‘죽음’을 일종의 질병으로 생각하고 꺼리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죽음이나 노화가 사라진다면 인간은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서로 다른 관점으로 노화와 죽음을 바라보는 책들이 최근 잇달아 출간되면서 눈길을 끈다. ‘우리는 왜 죽는가’(김영사)는 200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분자생물학자 벤키 라마크리슈난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노화과학의 최근 50년 연구를 총정리한 책이다. 노화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하나씩 살펴보고, 이를 늦추기 위해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어떤 장애물들이 있는지를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분야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공적
  • 프리허그·고민 상담까지… ‘내책내판’ 작가의 선물

    프리허그·고민 상담까지… ‘내책내판’ 작가의 선물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26~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가운데 책 전시만큼이나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25일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에 따르면 올해로 66회째를 맞는 이번 도서전에서는 모두 450여개의 부대행사가 열린다. 특히 저자 강연이나 사인회 등과 같은 기존 행사 외에도 체험활동 등 이색 프로그램이 다수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협의 수익금 문제 갈등으로 도서전 전체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그 예산을 출판사에 지원하면서 출판사 부대행사는 도리어 풍성해졌다. 출판사 다 부스에서는 오는 29일 ‘내 책은 내가 팝니다’ 행사가 진행된다. 송미경 작가가 자신의 첫 장편소설인 ‘메리 소이 이야기’ 판매에 직접 나선다. 송 작가는 책 구입 특전으로 ‘따뜻한 포옹’을 내걸었다. ‘요람 행성’의 박해울 작가는 ‘웃긴 포즈로 같이 사진 찍기’, ‘당신의 자랑이 되려고’의 조우리 작가는 30초 고민 상담을 제공한다. 산지니 출판사는 ‘두근두근 블라인드 북’이란 제목으로 할인된 가격에 ‘랜덤 블라인드북’을 판매한다. 오로지 편집자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는 식이다. 출판사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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