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부상자 명단에 올라…혹사 영향 탓
류현진 호투에 기쁨·감동 받은 야구팬
“이젠 성적보다 건강한 복귀에 박수를”
MLB 통산 1000이닝 투구
류현진이 2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2회에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은 1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으며 MLB 데뷔 10년 차에 통산 1000이닝을 달성했다. 토론토 연합뉴스 제공
한참 전 퓨전 사극 ‘다모’의 닭살 돋는 대사를 생뚱맞게 꺼낸 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그가 또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월 왼 팔뚝 염증으로 한 달간 고생하다가 복귀 3주 만에 재발한 것이다. MRI 검진에 이어 7년 전 자신의 어깨 수술을 집도했던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나 추가 검사를 받는다.
항상 신중하게 답하는 류현진도 지난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등판 후 “경기 전까지 후회를 안 했는데, 경기 후에는 (마운드에 오른 걸) 후회가 된다”며 부상 악화를 걱정했다.
일각에선 토미 존 수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럴 경우 올 시즌 류현진의 투구를 더는 볼 수 없다. 토미 존 수술을 하면 회복하는 데만 최소 1년가량 걸려 빨라야 내년 6월에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미국·캐나다 현지 매체들은 벌써 류현진을 ‘없는 사람’ 취급하며 트레이드해야 한다고 훈수를 둔다. 류현진이 회복해서 돌아온다고 해도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 하락) 등을 생각하면 MLB 25인 로스터 자리만 차지할 거라고 본 것이다. 애물단지로 여기는 모습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MRI 검진 결과는 나쁘지 않다고 한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팔뚝에) 심각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혔다.
“팔뚝이 아프다”
류현진이 2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 경기에서 4회 홈런을 허용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토론토 AP 제공
그는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7시즌 동안 190경기에 나와 1269이닝을 던졌다. 연평균 181과3분의1이닝을 던진 셈이다. 9이닝을 홀로 책임진 완투가 27경기나 됐고, 이 중 8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대표팀에서도 대체 불가 에이스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두 차례의 아시안게임에서 총 14경기에 출전해 51과3분의1이닝(5승1패)을 투구했다. 역대 대표팀 다승 공동 1위, 최다 이닝 2위의 기록이다. 특히 베이징올림픽 캐나다전에서는 9이닝 126구를 던지며 짜릿한 1-0 완봉승을 거뒀다.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는 8과3분의1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면서 사상 첫 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우리는 그 시절 류현진의 투혼과 환상적인 투구를 보며 다 함께 울고 웃었다.
2013년 MLB로 건너간 류현진 덕에 ‘국뽕’도 한 사발 거나하게 들이켰다. 2012년 ‘야구 변방’ 한국에서 9승(9패)한 투수가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한다는 MLB에서 데뷔 첫해 14승(8패)을 거뒀으니 팬들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갈 수밖에. 2019년엔 한국 선수 최초로 MLB 평균자책점 1위(2.32)에 올랐고, 같은 해 ‘별들의 축제’ MLB 올스타전에서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로 출전하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손흥민이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것과 다를 바 없는 업적이다.
‘2승이야’
류현진이 지난달 27일(한국시간) 미국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가족을 향해 승리의 ‘V’자를 표시하고 있다. 류현진은 5이닝 2실점으로 시즌 2승을 기록했다. 에너하임 AFP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