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속 항염증 물질 증가시켜
퇴행성 뇌질환 완화 등에 도음
코로나19가 사라지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여행과 운동이 꼽혔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를 호소했던 것도 이동이 제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한 학자들도 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이 신체건강은 물론 뇌건강과 인지, 정서 기능에 유익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건강에 도움을 주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중심의 공동연구팀은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혈액 내 항염증 물질을 증가시켜 체내 염증 수치를 낮춰 줄 뿐만 아니라 뇌에 염증유발물질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 준다고 밝혔습니다. 스탠퍼드대 의대 신경과학과, 노화생물학연구센터, 신경과학연구소, 화학 및 시스템생물학과, 행동·기능성 신경과학연구실, 유전학과, 이비인후과, 팰러알토 보훈병원, 스탠퍼드 챈·저커버그 바이오허브,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과, 캘리코생명과학 과학자들이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12월 9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생후 3~4개월 된 생쥐 50마리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는 매일 일정 시간 쳇바퀴를 돌리도록 했습니다. 다른 그룹은 이런 운동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28일이 지난 뒤 운동을 꾸준히 한 생쥐의 혈액 중 혈장 성분만 뽑아 운동을 하지 않은 생쥐에게 주사한 뒤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운동한 생쥐의 혈장을 수혈받은 생쥐들도 해마세포가 늘어나고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됐다고 합니다. 실제로 운동은 않고 혈장을 수혈받은 생쥐를 대상으로 기억력, 판단력, 운동능력을 측정한 결과 꾸준히 운동했던 생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운동한 생쥐의 혈장을 분석한 결과 ‘클러스테린’이라는 단백질이 증가했고, 이것이 항염증 효과를 갖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급성 뇌염을 유발한 생쥐와 알츠하이머를 일으킨 생쥐에게 클러스테린을 정맥주사한 결과 뇌에 축적된 염증 물질이 낮아지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연구팀은 또 경도인지장애를 겪는 남녀 환자 20명에게 6개월 동안 꾸준히 신체운동을 시킨 뒤 혈액 검사를 했습니다. 운동 후 인지기능 회복이 관찰됐으며, 운동 전보다 클러스테린 수치가 늘어난 것도 확인됐습니다. 운동을 하면 혈액 속 뇌에 도움이 되는 항염증 인자가 증가한다는 증거입니다.
토니 와이즈 코레이 스탠퍼드대 교수는 “운동이 혈장 속 항염증 인자를 자극해 퇴행성 뇌질환을 예방하고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연구”라고 말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이 면역력을 강화시켜 코로나19 같은 감염병도 쉽게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운동이라고 해서 체육관까지 가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코끝이 찡한 추위에 코로나19 확산도 심상치 않지만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하루 30분 정도 가벼운 산책이나 조깅 수준의 운동이라도 한다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2021-12-09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