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에 ‘커피 효과’ 입증
구강암 확률 30% 인두암 41% ‘뚝’카페인이 체내 염증 20% 줄여줘
한 잔보다 인지 나이 6.7세 젊어
“고열량 라테보다 블랙커피 도움”
언스플래시 제공
많은 사람이 아침에 막 일어나 멍한 두뇌를 깨우고, 점심 직후나 오후에 밀려오는 나른함을 쫓기 위해 커피를 찾는다. 커피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눈 내리는 겨울, 통유리로 된 전망 좋은 카페에서 갓 내려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망중한을 즐기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실용적 측면과 낭만을 떠나 과학자와 의학자들은 커피의 다양한 효과에 관해 관심을 갖는다.
미국 유타대 의대 연구팀은 커피와 차를 섭취하는 것이 구강암과 인후암을 포함한 두경부암 발병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암’ 12월 23일 자에 발표했다.
두경부암은 뇌와 안구를 제외하고 코, 부비동, 구강, 안면, 후두, 인두, 침샘, 갑상샘 등 목 위쪽에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악성종양으로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흔한 암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두경부암 발생과 커피, 차 음용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14개 연구 자료를 메타분석했다. 연구팀은 두경부암 환자 9548명과 일반인 1만 5783명을 대상으로 카페인 포함 커피, 디카페인 커피, 차를 얼마나 마시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카페인 함유 커피를 매일 4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두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17%, 구강암은 30%, 인후암은 22%, 인두암은 무려 41% 낮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더라도 구강암에 걸릴 확률이 25%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고 차를 마시는 것도 인두암 발생 확률을 29% 낮춘다는 사실이 발견했다.
그런가 하면 스위스 바덴 칸톤 병원, 취리히대학병원, 바젤대학병원, 취리히대, 베른대학병원 공동 연구팀은 하루 5잔 이상 커피를 마시면 인지 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25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미국 심장협회 저널’ 최신 호에 실렸다.
심방세동은 심장에서 발생하는 빠른맥의 형태로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키는 부정맥 질환이다.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심장세동이 오래되면 뇌졸중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연구팀은 스위스 심방세동 코흐트 연구에 참여한 사람 중 평균 연령 73세의 남녀 2413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 동안 하루 커피 섭취량을 조사하고 최근 8년간 뇌졸중, 혈액 염증 지표, 혈액 응고, 뇌 영상, 인지 검사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카페인이 포함된 커피를 하루 5잔 이상 마시는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거나 하루 한 잔 미만으로 마시는 사람들보다 인지 측정 점수가 더 높게 나왔다. 커피 섭취량이 많은 사람은 하루 1잔 미만으로 마시는 사람들보다 과제 처리 속도, 시각 운동 조정, 주의력 점수가 11% 높았고 인지 나이는 6.7세 더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 염증 지표도 매일 5잔을 마신 사람들이 1잔 미만 마신 이들보다 20% 이상 낮았다.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카페인, 마그네슘, 비타민 B3(니아신) 등 활성 성분과 함께 염증 유발 물질을 줄이는 커피 속 또 다른 성분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영양학회에서 제시한 지침에 따르면 하루 3~5잔의 블랙커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미국 심장협회에서는 라테, 마키아토 등의 커피 음료는 열량이 높고 설탕과 지방이 첨가된 경우가 많아 건강상 이점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24-12-2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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