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오른쪽)와 마이노스(왼쪽)라는 이름을 가진 수컷 코끼리들끼리 인사하는 모습. 도마가 귀를 펴고 코를 뻗어 마이노스 입에 대고, 마이노스는 귀를 열고 들어 올리면서 인사를 한다.
오스트리아 빈대학 제공
오스트리아 빈대학 제공
오스트리아 빈대학 행동·인지 생물학, 국립 과학아카데미 음성 연구소, 영국 포츠머스대 심리학과, 세인트 앤드류스대 심리학·신경과학부, 짐바브웨 코끼리 보호구역(elephant CREW) 공동 연구팀은 코끼리들도 다른 코끼리의 반응에 따라 인사하는 방법을 달리한다고 13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올로지’ 5월 10일 자에 실렸다.
앞선 연구들에서도 코끼리가 음성과 신체적 동작을 포함하는 인사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런 신체적 행동이 의사소통을 위해 의도적으로 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2021년 11~12월 짐바브웨 코끼리 보호구역에 서식하는 반포획 아프리카 사바나 코끼리들을 대상으로 인사할 때 사용하는 신체 동작과 발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1282개의 동작으로 구성된 89개의 인사 패턴을 관찰했다. 이 중 1014개는 신체적 행동, 268개는 발성 행동이었다.
연구팀은 코끼리가 꼬리를 흔들거나 들어 올리는 것, 이와 함께 귀를 펄럭이거나 귀를 펼치는 행동으로 인사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귀를 펄럭이는 동작의 조합이 가장 일반적인 인사법이었으며 이는 수컷보다는 암컷에서 더 많이 사용됐다. 인사를 하면서 코끼리만의 땀샘인 측선에서 냄새를 풍기는 것이 71% 이상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코끼리들끼리 의사소통을 할 때 냄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상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따라 의사소통 방법이 달라지는 것도 관찰됐다. 상대가 보고 있을 때는 귀를 벌리거나 몸통을 뻗거나, 몸을 흔드는 식의 시각적 행동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보고 있지 않을 때는 귀를 펄럭이거나 목에 귀를 대는 등 소리를 내는 행동이나 직접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코끼리도 사람처럼 발성과 몸짓을 결합해 서로 인사하며, 상대의 시각적 주의 여부에 따라 의사소통 방법을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침팬지와 같은 유인원들이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발성과 행동을 결합해 의사소통 방식을 바꾸는 것과 똑같다. 이런 의사소통 방법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 많은 동물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구를 이끈 안젤라 스퇴거 빈대학 교수(척추동물 생물학)는 “이번 연구는 인간과 유인원 이외의 척추동물들도 인사할 때 다양한 제스처와 발성을 조합해 사회적 유대감을 높인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