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사이언스]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 비밀은 ‘이것‘

[달콤한 사이언스]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 비밀은 ‘이것‘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9-06-14 15:19
수정 2019-06-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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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정보 입력과 동시에 고차발성중추 활성화가 새들의 합창 완성

흰눈썹베짜기
흰눈썹베짜기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제공
사람들은 자신과 친한 친구나 처음 만난 사람인데 마음이 잘 맞을 경우 ‘주파수가 잘 맞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주파수가 맞는다는 것은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똑같은 생각을 하거나 의도를 갖고 있을 때의 표현으로 ‘텔레파시가 통한다’라고도 말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실제 자연에서 텔레파시가 통하고, 주파수가 맞는 현상을 발견해 주목받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행동신경생물학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통합신경과학부,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대 동물학과 공동연구팀은 참새의 일종인 흰눈썹베짜기(White-browed sparrow-weaver) 수컷과 암컷이 함께 지저귈 때 뇌 활성화부위와 뇌신경세포 활동이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3일자에 실렸다.

흰눈썹베짜기는 남부와 동부 아프리카에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 참새의 일종으로 둥지를 짓고 지배적인 수컷 암컷 한 쌍과 함께 8마리가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흰눈썹베짜기는 천적이 다가오면 동료들과 한꺼번에 소리를 내 쫓아내는데 특히 암수 한 쌍이 정확히 같은 소리를 내 과학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켰지만 이에 대한 신경학적 메커니즘이 밝혀지지는 않았었다.

연구팀은 모바일 송수신기를 세 쌍의 암수컷의 뇌에 설치해 자연에 방사한 뒤 지저귈 때 뇌파와 음향신호를 동시에 기록했다. 새에 장치한 모바일 송수신기는 0.6g으로 배낭형태로 새에게 붙이도록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이 장치를 통해 세 쌍이 지저귀는 소리를 650개 파일로 저장했다.

이렇게 녹음된 소리를 분석한 결과 보통 수컷이 먼저 노래를 시작하고 암컷이 뒤따라 부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컷이 지저귀기 시작한 뒤 암컷이 노래를 시작하기 까지는 약 0.25초 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밀 장치 없이 그냥 들을 경우는 암수가 거의 동시에 지저귀는 것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시간차이다.
연구팀이 흰눈썹베짜기 암수 한쌍의 노래를 분석하기 위한 무선송수신 장치  독일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제공
연구팀이 흰눈썹베짜기 암수 한쌍의 노래를 분석하기 위한 무선송수신 장치

독일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제공
수컷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암컷의 대뇌 후배측면에 위치한 고차발성중추(HVC)라는 부위가 곧바로 활성화되면서 노래를 시작하게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HVC는 새들의 소리학습과 생리적 반응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다. 이 부위가 마치 두 물체의 진동수가 일치하는 공진현상처럼 한 쌍의 흰눈썹베짜기에게 HVC 부위 뇌파와 신경세포 활동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수잔나 호프만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박사는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개체가 소리정보의 입력과 동시에 신경세포 활동과 음성이 동기화돼 일치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구체적인 신경학적 메커니즘은 추가 연구를 통해 규명할 계획”이라며 “사람들도 타인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때 비슷한 형태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호프만 박사는 “감각 정보의 입력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나 관련 신경세포 활동이 비정상적일 때 타인과 상호작용이 어려워지는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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