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전자기학·텔레파시 소통… 주변 밝히는 양초 같은 ‘과학의 빛’

물리·전자기학·텔레파시 소통… 주변 밝히는 양초 같은 ‘과학의 빛’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7-12-19 17:42
수정 2017-12-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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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년 전통의 英왕립연구소 ‘크리스마스 과학강연’

“강연을 끝내며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본 양초는 주위 환경과 조화롭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기를 태워 빛을 냅니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도 양초처럼 이웃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 주위 환경과 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양초의 불꽃 같은 아름다움으로 인류 복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낌없이 바쳐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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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실험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을 반석에 올려놓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1855년 12월 27일 패러데이는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트 공(패러데이 맞은편 정면)과 그의 두 아들인 13세의 에드워드 왕세자와 10세의 알프레드 왕자가 참석한 가운데 ‘금속의 독특한 성질’에 대한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을 했다.  영국 왕립연구소 제공
영국 실험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을 반석에 올려놓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1855년 12월 27일 패러데이는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트 공(패러데이 맞은편 정면)과 그의 두 아들인 13세의 에드워드 왕세자와 10세의 알프레드 왕자가 참석한 가운데 ‘금속의 독특한 성질’에 대한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을 했다.
영국 왕립연구소 제공
1860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69세의 노신사가 영국 왕세자와 어린이들 앞에서 ‘양초의 화학사’라는 주제로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을 마치며 한 말이다. 노신사는 ‘전자기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실험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 영국왕립연구소(RI) 풀러화학석좌교수였다.

패러데이는 산업혁명으로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일반인들에게 최신 연구성과를 쉽게 알려주고자 1800년부터 대중 강연을 시작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오는 사람이 늘면서 1825년부터는 ‘아이들에게 과학강연을 선물해 꿈과 희망을 주자’는 취지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청소년과 대중을 위한 과학강연을 선보였다. 192년 전통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의 시작이다.

크리스마스 과학강연 첫해인 1825년에는 존 밀링턴 왕립연구소 교수가 동역학, 광학, 전자기학 등을 내용으로 한 자연철학(물리학) 강연을 했다.

크리스마스 강연을 제안한 패러데이는 1827년부터 시작해 1860년 마지막 강연까지 19번이나 강연자로 섰다. 이 중 6번을 양초 한 자루만으로 화학의 기초인 물질의 특성과 상호작용에 대해 설명하는 등 대중 강연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패러데이는 양초에 처음 불을 붙일 때 생기는 불꽃의 종류와 밝기, 구조를 보여 주고 수소와 산소의 성질, 공기와 연소의 관계, 이산화탄소가 갖는 화학적 특성, 탄소란 무엇인지, 생물체 내에서 호흡과 연소에는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설명했다. 여섯 번의 강연은 1860년 ‘양초의 화학사 강의’라는 책으로 엮여 지금까지도 화학 고전으로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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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이면서 난류 연구로 유체역학을 발전시켜 ‘20세기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조프리 잉그램 테일러 경은 1936년에 ‘배’라는 주제를 갖고 강연에 나섰다. 이때 강연은 15분짜리 TV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TV역사상 첫 과학 프로그램이다. 영국 왕립연구소 제공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이면서 난류 연구로 유체역학을 발전시켜 ‘20세기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조프리 잉그램 테일러 경은 1936년에 ‘배’라는 주제를 갖고 강연에 나섰다. 이때 강연은 15분짜리 TV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TV역사상 첫 과학 프로그램이다.
영국 왕립연구소 제공
1936년 조프리 잉그램 테일러 경의 ‘배’에 관한 강연은 15분짜리 TV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최초의 TV 과학프로그램으로 기록됐다. 이후 1966년부터는 영국 공영방송사 BBC가 크리스마스 강연을 바탕으로 ‘이상한 나라의 과학자들’이라는 과학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해 매년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또 20세기 중후반부터는 왕립연구소 연구원들뿐만 아니라 외국의 유명 연구자들도 강연자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강사로 아인슈타인의 뒤를 잇는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불리는 리처드 파인만 교수, ‘코스모스’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 박사, ‘이기적인 유전자’로 대표되는 진화학자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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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자로는 인지신경과학자인 소피 스콧 런던대(UCL) 교수가 나섰다. 스콧 교수는 지난 16일 ‘생명의 언어’라는 주제로 언어를 통한 사람과 동물의 인지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영국 왕립연구소 제공
2017년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자로는 인지신경과학자인 소피 스콧 런던대(UCL) 교수가 나섰다. 스콧 교수는 지난 16일 ‘생명의 언어’라는 주제로 언어를 통한 사람과 동물의 인지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영국 왕립연구소 제공
올해 크리스마스 강연자로는 음성인식 및 감정, 언어생성, 웃음과 관련한 신경과학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대표적인 인지신경과학자 소피 스콧 런던대(UCL) 교수가 나섰다. 스콧 교수는 지난 16일 ‘생명의 언어’(The Language of Life)라는 제목으로 강연했으며 이 강연은 오는 27~28일 영국 BBC4에서 3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스콧 교수는 인간과 동물이 소리를 이용해 어떻게 소통하는지,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들을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소리를 내지 않는 몸짓이나 표정 등 비음성적 소통 방법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례를 들며 강연을 했다. 소통 과정에서 나타나는 뇌의 인지과정을 보여 주면서 흔히 ‘텔레파시’라는 방법으로 사람들이 뇌를 통해 직접 의사소통을 할 가능성은 있을까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은경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는 “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강연은 최근 수많은 과학관과 과학센터에서 이뤄지는 강연, 전시, 공연, 체험 등 다양한 형식의 과학프로그램 원조”라며 “일반인들이 과학에 좀더 관심을 두고 가깝게 느끼게 하려면 크리스마스 강연처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사람들의 여러 관심사를 과학과 연결한 새롭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7-12-2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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