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훼손’ 불법 골프장 증가
휴장 중인 골프장 옆 부지 점용
울타리 만들어 폐쇄적으로 운영
국가하천 내부 56곳 무단 조성
지자체 “자진 철거하라” 공문
“노인 운동할 곳 있어야” 반론도
지난 14일 불법 파크골프장이 설치된 서울 안양천 인근에서 시민들이 파크골프를 치고 있다.
이른바 ‘미니 골프’라고 불리는 파크골프는 도심의 공원에서 나무 채와 플라스틱 공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골프의 한 종류로 중장년층 사이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3000원에서 1만원의 요금을 내면 한두 시간 정도 경기를 할 수 있다. 15일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17년 1만 6728명이던 회원 수는 지난해 14만 2664명으로 증가했다. 전국 파크골프장은 2019년 226곳에서 지난달 기준 400곳까지 늘었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이 전국 곳곳에서 하천 부지를 무단으로 훼손해 임시로 파크골프장을 만든 뒤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 파괴는 물론 공공부지 사유화 우려까지 나온다. 봄철 잔디 보호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파크골프장이 휴장 기간에 돌입하면서 이런 파크골프장 무단 조성은 더 심화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6월 공개한 파크골프장 전수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가하천 내 파크골프장 전체 88곳 중 56곳(64%)이 불법인 것으로 나타났다. 40곳은 안양천의 사례처럼 환경당국에서 하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고 16곳은 불법 확장한 경우였다.
반면 파크골프 회원들은 노인들이 주변에서 운동할 곳이 드물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양천에서 파크골프를 치던 A씨는 “지금도 20여개 클럽이 교대로 이용해 일주일에 몇 시간 사용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신들이 파크골프장을 관리해 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B씨는 “골프장을 구청 대신 관리해 주고 있는 것”이라며 “미관상 이게 더 보기 좋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공원을 관리하는 구청은 불법으로 파크골프장을 조성해 이용하는 이 단체에 자진 철거를 요청했다. 구 관계자는 “지난달 말 공문을 보냈고 이번 주까지 철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제 철거 시 파크골프장 이용자의 반발이 심한 데다 이 부지 전체에 대해 구청이 정식으로 점용 허가를 추진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강력한 조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경당국은 안양천 인근 파크골프장 추가 설치도 어렵다고 본다. 안양천은 한강에 비해 강폭도, 공간도 좁은데 이미 인접한 4개 지자체가 각각 18홀짜리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공간이 협소한 안양천을 따라 이미 4㎞ 간격으로 파크골프장이 들어서 있어 하천의 치수 관리가 어렵다”면서 “다양한 사람이 이용하는 하천변에 특정 협회 회원을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파크골프장을 추가 설치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서재철 녹색연합 연구위원도 “울산,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무단으로 강변을 점유해 파크골프를 치고 있다”며 “고령층이 주로 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환경 파괴 행위에 예외를 둘 순 없다”고 지적했다.
2024-04-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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