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평가제도·등록금 손볼 듯
수요자 외면하는 대학 폐쇄 유도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대화하는 추경호 부총리
추경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앞서 박대출(왼쪽)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3. 3. 28.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혁, 그리고 재도약’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개발연구원(KDI) 제2차 국가미래전략 콘퍼런스 축사에서 “산업화 시대 빠른 성장을 이뤄 낸 배경으로 교육이 있었듯이, 미래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창조적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교육시스템의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정부는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대학 규제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축사는 추 부총리의 국회 본회의 참석으로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이 대신 읽었다.
현재 개혁 대상으로 거론되는 대학 규제에는 학과 신설 및 입학 정원 규제, 교육부의 대학 평가, 2009년 이후 동결된 등록금 규제 등이 있다. 정부는 그동안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아 교육의 질이 떨어졌고, 대학경쟁력도 세계 하위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역대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을 시도했지만 교육부 주도 개혁 작업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고, 실효성 있는 대학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2021년 4년제 일반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6%로 급락했고 2021년 142만명이던 재학생 수가 2045년 70만~80만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자 대학의 위기의식은 더욱 가중됐다. 인구구조 변화로 비수도권 대학은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마저 나왔다.
고영선 KDI 연구부원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교육부가 전면에 나서 대학에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발로 하는 투표’를 유도해 수요자가 외면하는 대학은 스스로 문을 닫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학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로 하는 투표란 표결을 하지 않고 행동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고 부원장은 “교육부가 나서면 대학이 정치적 압력에 노출될 수 있어 대학의 자율과 창의성이 침해되고, 정부 의존성이 강화돼 정원 조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서 “시장 수요에 따라 구조개혁을 하면 정치 상황과 상관없이 일관된 구조개혁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대학의 자율적·창의적 경쟁력 강화 노력을 유도할 수 있으며 시장 수요에 따른 정원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대학 정보를 제공하는 ‘대학 알리미’를 개선해 정보 제공의 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졸업생 연봉이나 대학·학과별 취업률 전국 순위를 모두 공개한 뒤 학생의 자율적인 선택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고 부원장은 또 “취업률은 낮은데 규모는 비대한 비수도권 국립대에 대한 예산 지원을 축소하는 등 국립대에 대해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3-03-31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