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장 없는 교육부 ‘면피용 행정’… 재난 대처 혼란만 키웠다

[단독] 수장 없는 교육부 ‘면피용 행정’… 재난 대처 혼란만 키웠다

김가현 기자
김가현 기자
입력 2022-10-03 20:10
수정 2022-10-0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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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 공문 분석해 보니

불과 하루 전 “학사운영 알아서”
포항·경주, 학교별 대응 ‘제각각’
올들어 재난건수·부상자수 늘어
“자연재해 앞에서 책임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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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학교 교사 A씨는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를 덮쳤던 지난달 6일 충분한 수업 준비를 하지 못해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교육부가 태풍이 몰려오기 직전 ‘학교별 대응’을 지침으로 내리면서 ‘원격수업’ 결정이 급하게 내려져서다. A씨는 “휴업을 하면 방학이 미뤄져 원격수업을 하는 학교가 많았는데, 원격수업 자료를 준비할 시간이 없어 수업의 질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A씨는 “원격수업을 어떻게 할지도 개별 교사에게 맡겨지는 통에 수업 방법과 출석 인정 방식도 교사별로 천차만별이어서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 이후 교육부 수장이 두 달 가까이 공석인 가운데 교육부가 자연재해 앞에서도 무책임한 행정을 보인 사실이 드러났다. 대대적으로 예고됐던 초대형으로 나뉜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국내에 상륙하기 불과 하루 전, 교육부가 “학교별로 알아서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놓으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학사 운영에 큰 혼선이 생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태풍 힌남노 관련 교육부 공문’ 자료에 따르면 태풍이 들이닥친 상황에서 교육부가 학사 운영을 ‘학교장의 자율’에 맡기는 등 ‘면피용 행정’을 보였다. 교육부는 지난달 4일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할 무렵 각 시도 교육청으로 “학교장의 ‘자율적인 판단’하에 적극적인 휴업 또는 원격수업을 실시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실제 힌남노의 피해가 가장 컸던 경북 포항과 경주 지역 학교들의 학사운영조정 현황을 살펴보면 학교별 대응이 제각각이었다. 경북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포항 지역 학교 27%는 휴업, 73%는 원격수업을 진행한 반면 경주 지역은 5%만 휴업하고 95%는 원격수업을 진행해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중순 제14호 태풍 난마돌 당시 혼란은 더욱 심각했다. 포항시내 학교 중에서는 휴업한 학교(22%), 정상수업을 한 학교(24%)의 비중이 고루 높았지만, 경주 학교 중에서는 정상수업을 한 학교(64%)가 가장 높았고, 원격수업을 한 학교(31%), 휴업한 학교(4%) 순이었다.

강 의원은 “수장이 없는 교육부여서인지 자연재해 앞에서의 대응 역시 엉망이었다”며 “자연재해를 앞두고 교육부 차원의 책임행정이 아니라 일선 학교로 책임을 떠넘기는 면피용 행정만 했다”고 비판했다.

2022-10-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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