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단체, 학부모 괴롭힘 사례 호소
사과 요구하며 협박… 정신과 치료
“익명 신고 제도로 신상 유출 막아야”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가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가 가해 부모로부터 보복을 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남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경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한 학생이 부모로부터 아동학대를 당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가 되레 부모의 괴롭힘에 시달렸다. 부모는 수개월에 걸쳐 교사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학교에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이에 해당 교사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정신적 고충을 호소하다가 휴직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보육시설 종사자와 교사, 의료인 등을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 지정하고 있다. 특히 학생을 긴 시간 동안 관찰하는 교사는 아동학대 징후를 발견하기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한편 신고 사실을 알게 된 가해 부모로부터 신고자로 의심받기도 쉬운 처지다. 부모가 신고한 교사를 상대로 협박을 하는 등 보복할 경우 교육 당국이 교권침해로 판단해 개입하기도 하지만 교사들에게 충분한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학생이 학대를 받은 징후를 확인해 신고했다가 부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려 개명하고 먼 지역으로 이사를 한 사례도 있다”면서 “학부모가 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재판이 진행되면 무고로 결론 나더라도 재판 과정을 교사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신고 의무자를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나 교육지원청 등 기관으로 지정해 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회장은 “익명 신고센터를 만들어 신고한 교사의 신상정보와 연락처가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21-01-11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