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1등급’ 군포 부곡중앙중
7명 한 조로 ‘내 인생의 영화’ 직접 제작국어 시간 대본·미술 시간 포스터 작업
방향제· 게임 만들기 등 실용 동아리도
학부모 학력 걱정에 “미래는 협업 기반”
경기 군포시 부곡중앙중학교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 영화 촬영을 하고 있다. 부곡중앙중 제공
2015년 자유학기제를 도입해 알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이름났던 이 학교는 올해 자유학년제로 확대했다. 자유학년제는 중학교 1학년 동안 지필 고사를 치르지 않고 학생들이 직업 체험이나 예술, 과학 실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돕는 제도다. 올해 서울·경기 등 전국 중학교 1503곳이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확대해 시행 중이다.
부곡중앙중은 교육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1일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선정한 제3회 자유학기제 실천사례연구대회에서 1등급상을 수상한다.
이 학교의 가장 특색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영화 만들기다. 1학년생들은 1년 동안 ‘나 바로 보기’를 중점 목표로 삼아 여러 교육을 받는데, 이 가운데 하나로 ‘내 인생의 영화’를 3~5분 분량으로 직접 제작한다. 140여명이 7명씩 팀을 이뤄 영화 20편을 만드는 대형 프로젝트다.
영화 제작을 위해 각 교과 수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진행된다. 국어 시간에는 시나리오를 쓰고, 기술가정 수업 때는 편집 프로그램을 배우고, 미술 시간에는 영화 포스터를 그린다. 이 교사는 “‘나’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협업과 소통 능력, 창의력 등을 배우고 삶과 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영화는 인근 복합상영관에서 시사회를 하고 최우수작품상·연기상·감독상·대본상 등도 시상한다.
다른 주제를 두고도 교과 통합 수업을 해 학생들이 특정 사안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예컨대 ‘지구 온난화’라는 주제를 두고 국어 시간에는 원자력 발전소 폐지에 대해 찬반 토론을 하고, 과학 수업 때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공부하며 미술 시간에는 전통회화 기법으로 부채를 만들어 보는 식이다.
수업 시간에 진행되는 동아리 활동도 특색 있다. 학생들이 살아가는 데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실용적인 활동을 한다. 이를테면 창업동아리 학생들은 매년 세계인권의날(12월 10일)이면 디퓨저(방향제)를 직접 만들어 판매한 뒤 저개발국가의 또래들을 위해 기부한다. 스마트폰 게임 등을 좋아하는 학생이 단순히 게임하는 것을 넘어 직접 제작해 보는 아두이노(마이크로 컨트롤러를 내장한 기기 제어용 기판) 코딩반 활동도 이색적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교사들의 꼼꼼한 준비가 필수다. 교사들은 자율적으로 연구 모임 등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비법을 공유한다. 베테랑인 수석교사가 중심이 돼 수업·평가혁신 방법에 대해 알려 주는 ‘수업친구 동아리’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진보·보수를 떠나 모든 정권이 필요성을 인정한 자유학년제지만 학부모 중 일부는 “1년간 시험 없이 자유롭게 지내면 학력 수준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이 교사는 “단순히 많은 지식을 외우는 걸 학력의 기준으로 본다면 암기식 수업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가올 미래는 아이 한 명 한 명이 재능에 맞춰 직업을 구하고, 협업능력이나 창의력에 기반해 일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자유학년제를 통한 교육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8-08-01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