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입개편 공청회 발언 전수 분석
‘학벌’의 힘이 여전히 센 한국 사회에서 새 대입 제도를 만드는 일은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다. 학부모와 학생, 교사, 대학 등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져서다. 서울신문은 현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 개편에 대한 각 교육 주체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이달 중 대전·광주·부산·서울에서 개최한 공청회 격인 ‘국민제안 열린마당’에서 학부모, 교사, 교수 등 참가자 117명이 발언한 내용을 전수 분석했다. 발언을 정리하니 모두 15만 1000여자였다. 겉으로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수시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의 정시 전형 비율을 둘러싼 공방처럼 보이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각 교육 주체들의 심리 기저에 깔린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학생’(757회), ‘학교’(582회), ‘대학’(296회), ‘교사’(144회) ‘공정’(85회) 등의 단어가 많이 보였는데, 각 단어는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뉘앙스로 쓰였다.신뢰와 불신 사이에 선 ‘교사’ 교사(144회)·선생(242회), 내신(130회) 등은 열린마당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두루 사용했다. 다만, 교사 등 학교 관계자들은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힘을 실어줘야 할 대상’이라는 뜻으로 쓴 반면 학부모들은 주로 “교사가 주도하는 학생부나 내신 평가는 수능에 비해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충남의 한 교사 참가자는 “나는 국·영·수 과목 교사가 아닌데 학생들이 ‘그 과목은 (수능) 시험 안 볼 건데요?’라며 수업 시간에 잔다. 이게 교실이냐”면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생부교과(내신) 전형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사나 학교 별로 정성과 실력 차가 크다며 수능 위주 전형을 늘려달라는 주장했다. 서울의 한 학부모 참가자는 “저희 아이의 선생님들은 학생부에 신경쓰지 않는다. 학교나 선생님에 따라 복불복이 심하다. (교사들은) 학생부나 신경 써주면서 학종을 원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들이 현실적으로 학생부 작성 등 입시 지도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은 학부모들도 인정했다. 충남 논산의 한 학부모는 “열의있는 선생님도 한 반에서 5명 이상 (학생부) 관리가 어렵다고 하더라”면서 “교사도 생활인인데 밤새 가며 30~40명 되는 학생들의 학생부를 전부 관리하는 건 어림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외받는 전문대 ‘전문대’(36회)는 입시 개편 논의 때 소외받은 학생들을 대변하는 단어로 주로 쓰였다. 한국전문대학입학관리자협의회 관계자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입시 개편 논의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 등 서울 주요대를 중심으로만 토론되고 있다”면서 수시·정시 전형 시점을 통합하면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고 결국 전문대는 학생 선발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대 교수는 “(고교생의) 60~70%는 수능과 학종 모두 포기하고 있다”면서 “이런 학생들을 위한 입시제도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신 중심 선 교육부 공청회 참가자들은 교육부(25회)를 언급하며 주로 불신과 불만을 드러냈다. 전주에서 온 한 학부모 참가자는 “(현재 8대2인) 수시와 정시 비율을 5대5로 하면 많은 문제점이 해결될 텐데 (교육부가) 이 결정을 한차례 미뤘다가 국가교육회의에 결정해달라고 이송한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입시 개편을 할 때)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는지 학부모도 알겠는데 교육부가 모른다고 하는 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익권 대학수학회 부회장도 공청회장에서 “학부모들이 이렇게 논의에 열정적으로 참여한다는 건 역설적으로 교육부가 그동안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교육부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18-05-29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