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현황 파악… 권한은 출판사

후배 문인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고은(85) 시인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빼는 문제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교육부는 고은 시인의 작품이 실린 교과서 현황을 파악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시인이 사회적인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에 실태는 알아봐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작품을 교과서에서 제외하기 위한 수순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고교 국어 교과서는 검정도서라 수정·보완 권한이 발행사와 저작자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잠정 파악한 바로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 11종에 고은 시인의 시·수필 등이 실려 있다. 중학교 교과서 가운데는 1개 출판사의 국어④ 교과서에 ‘그 꽃’이 수록됐다. 교과서 저자들은 교육당국이 정한 집필 기준에 맞춰 책을 쓴다.

이 기준에는 ‘사회 의제에 대한 합리적 인식 형성을 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는 등 대강의 원칙만 나와 있으며 제외해야 할 작품, 저자 등에 대한 기준은 없다. 다만 교과서는 상시 수정·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작자가 요청한다면 고은 시인 작품 제외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하지만 교육계와 문학계에서는 문학 작품은 시인의 사생활이나 행동과 분리해 작품성만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고은 시인의 작품이 실제 빠질지는 미지수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