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영어금지’ 보류…또 헛발질 정책

‘유치원 영어금지’ 보류…또 헛발질 정책

유대근 기자
입력 2018-01-17 01:50
수정 2018-01-17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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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방과후 운영기준 마련…고액 영어 사교육 개선에 주력

무작정 추진했다 3주 만에 좌초
“교육당국이 혼란만 초래” 비판


오는 3월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방과후 영어 수업을 금지하겠다던 교육부의 정책이 학부모 반발에 부딪혀 시행이 보류됐다. 추진 의사를 밝힌 지 불과 3주 만이다. 수능 절대평가 추진 등과 같이 여론 설득 과정 없이 추진하려던 정책이 또다시 좌초하면서 교육당국이 “혼란만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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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영어수업 금지 여부를 비롯한 유치원 방과후 과정 운영기준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고,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교육학적으로 유아 때 영어 교육을 하는 대신 놀이 위주 교육을 늘리는 게 옳지만 국민들의 우려를 받아들여 백지 상태에서 유치원 방과후 과정 운영 방향을 다시 고민하겠다는 얘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반발이 큰 정책을 강행하는 건 부담스럽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애초 올해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는 것에 맞춰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교육도 금지하려고 했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3만~4만원대인 방과후 영어 특별활동을 막으면 고액 사교육으로 학생들이 몰릴 것이라거나 값비싼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부유층 자녀와 그렇지 못한 중산층 이하 자녀 간 학력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교육부는 우선 유아 대상의 과도한 영어 사교육과 불법 관행을 고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고가의 방과후 영어 교습비, 영어학원(영어 유치원)과 연계한 편법 운영, 장시간 수업 등은 시·도 교육청과 함께 상시 점검단을 만들어 철저하게 지도·감독할 방침이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고액 영어학원은 강력히 단속하고 제도 개선책도 마련한다. 교육부는 학부모와 전문가, 학원단체 등 여론을 모아 올해 하반기 법을 개정해 유아 영어학원의 지나친 교습시간과 교습비, 교습 내용 등을 규제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사회·경제적 계층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양질의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도 올해 안에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 보류에 대해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문제는 속도를 줄이는 게 낫다”면서 “처음 안건을 가져왔을 때부터 우려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진 신년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교육부는 정책예고제에 따라 확정 전에 공개했다고 하지만, 국민은 이를 최종 정책으로 보니까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본다”며 “예고를 하기 전에도 의견을 듣고 각 부처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청와대, 총리실과 협의를 강화하자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8-01-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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