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구 늘었지만 기준 까다로운 탓에 지원 줄었다···“기초생활보장제도 문턱 낮춰야”

위기가구 늘었지만 기준 까다로운 탓에 지원 줄었다···“기초생활보장제도 문턱 낮춰야”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2-08-29 23:17
수정 2022-08-2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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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년 간 전체 복지 대상자 늘었지만
공적 서비스 수급 비율은 줄어 들어
“부양의무자 등 공적 서비스 기준 엄격”
“일시적인 민간 서비스에 의지”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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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의 마지막 길
세 모녀의 마지막 길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수원 세모녀’ 발인식에서 수원시 관계자들이 세 모녀의 관을 옮기고 있다. 2022.8.26 공동취재
정부가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위기가구 발굴에 힘을 쏟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기초생활보장 등 공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산 기준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정부의 복지망에 포착되더라도 공공서비스 혜택에서 배제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은 29일 최근 6년간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등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통해 파악된 복지 대상자 지원 현황을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2014년 서울 송파구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단전이나 단수, 체납, 연체 등 34종의 위기 정보를 수집해 2개 이상의 징후가 포착된 위기 가구를 선별하는 시스템이다. 전체 복지 대상자는 2016년 20만 8652명에서 지난해 133만 9909명까지 6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복지 대상자로 선별됐음에도 지원을 받지 못한 대상자는 같은 기간 16만 1872명에서 67만 6035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위기 가구를 발굴해내는 역량은 늘어났지만 실제 복지 지원으로 이어지진 않은 셈이다.

2016년 복지 지원 대상자의 65.5%가 공적 서비스를 받았지만 이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지난해엔 24.9%까지 떨어졌다. 복지 지원을 받는 대상자 중에서도 공적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의 비율은 줄어든 반면 이를 민간 서비스가 채우고 있어 공공의 역할이 발굴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공적 서비스로 편입될 때 적용되는 부양의무자 제도와 자산·소득 환산의 엄격한 기준이 공적 복지 시스템이 작동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봤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직, 채무 등으로 긴급한 빈곤 위기 상황에 처했더라도 부양의무자가 있거나 집이나 차 등이 자산으로 잡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 단계에서 공적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설계돼 있다”며 “복지에서의 도덕적 해이를 크게 경계하는 우리나라의 정서상 위기에 돌입하는 단계에서 복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고 기준이 엄격해 선별적이고 지속가능성 없는 민간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생활고에도 복지 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사건 같은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원 세 모녀 사건은 빈곤층에게 채무가 더 가혹하게 돌아가는 ‘채무 자본주의’의료 기관이 환자를 사회 복지와 연결시키는 제도, 이사를 하면 복지 연계가 안되는 전출입 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제 기능을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분석했다.

류만희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적 서비스로 연계하는 과정에서 민간 서비스가 시급한 가구에 일시적인 지원 역할을 하며 공적 서비스로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 복지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식은 민간이 공적 서비스를 아예 대체하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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