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승부에 ‘김종인 쟁탈전’
송영길 “국정 조언을” 만남 공개윤석열도 선대위 해체 후 첫 통화
이준석 “金, 李 위한 행보 안 할 것”
“1997년 대선 때 JP와 같은 역할”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연합뉴스
2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31일 제주에 머물고 있는 김 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달 5일 선대위를 전격 해체하며 김 전 위원장에게 결별을 통보한 이후 첫 접촉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통화에서 설 연휴 안부를 교환한 것 외에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대화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그런데 이날 통화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식사한 사실을 공개한 시점과 같은 날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송 대표는 오마이뉴스TV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을 한 번 만나 뵀다. 나라를 위해 도와 달라고 했다”며 “꼭 이재명 민주당 후보 개인을 도와 달라는 의미가 아니더라도, 이 후보가 국정을 잘 이끌도록 조언을 해 달라는 의미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김 전 위원장도 긍정적으로 보고 계신다”고 했다.
송 대표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적진에 있던 김 전 위원장에게 이처럼 적극적으로 다가선 것은 최근 김 전 위원장과 윤 후보 사이가 더욱 멀어졌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7시간 녹취록’에서 “(김종인) 원래 그 양반이 (국민의힘에) 오고 싶어 했다.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26일 방송에서 “(김건희씨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양당이 대놓고 ‘김종인 쟁탈전’을 벌이는 것은 박빙의 선거에서는 한 사람이라도 놓치는 게 패착이 될 수 있다는 경험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1997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패인 중 하나가 김종필(JP)씨의 가치를 평가절하해 잡지 않은 것”이라며 “반대로 김대중(DJ) 후보는 ‘DJP 연합’을 성공시켜 대선에서 이겼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30일 라디오에서 “모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라고 밝혔고, 이날 JTBC에서 “김 전 위원장이 선거를 앞두고 이 후보에게 유리한 정치적 행보를 할 생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02-03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