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쓰레기도 인류학 연구 위해 보존해야 한다고? [달콤한 사이언스]

우주 쓰레기도 인류학 연구 위해 보존해야 한다고?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4-12-17 01:00
수정 2024-12-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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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수행된 14개 미션과 주요 인류학적, 고고학적 기록으로 남겨둘만한 곳을 기록한 화성 지도. 바이킹 1호 착륙선의 위치, 미국항공우주국 화성탐사선 퍼시비어런스, 구 소련 화성 탐사선 추락 지역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 캔자스대 제공
화성에서 수행된 14개 미션과 주요 인류학적, 고고학적 기록으로 남겨둘만한 곳을 기록한 화성 지도. 바이킹 1호 착륙선의 위치, 미국항공우주국 화성탐사선 퍼시비어런스, 구 소련 화성 탐사선 추락 지역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 캔자스대 제공


우주 선진국을 중심으로 달과 그 너머의 화성까지 우주 탐사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문제는 인간이 보낸 우주선과 착륙선, 탐사 로버 등 각종 우주 탐사 잔해들이 달과 화성 표면을 뒤덮고 있다. 이런 우주 쓰레기들도 새로운 개척지에 대한 호모 사피엔스의 욕망을 나타내는 중요한 인류학적 자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캔자스대, 뉴멕시코 주립대, 코넬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스페인 마드리드 우주생물학 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인류 최초의 행성 간 탐사 기록을 위해 인류의 화성 탐사 시설들을 목록화하고 보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천문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 12월 17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이 다른 행성에 인류 탐험의 흔적을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은 달의 지형을 인간이 지배하는 ‘달 인류세’가 됐다는 주장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인류가 지구 이외의 천체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고고학적, 인류학적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그중 한 예로 인간이 화성의 지형을 변경한 첫 사례는 1971년 소련의 화성 2호 탐사선이 화성 표면에 불시착한 것이다. 화성 2호 탐사선이 추락한 것은 인류가 달이 아닌 다른 천체에 최초로 접촉한 사건 중 하나다.

지구 인류학자들은 기후와 지질이 유물 훼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고 있지만, 화성이나 달처럼 지구 환경과 전혀 다른 천체에서 우주 에너지, 바람, 물, 토양에 의해 유물들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심각하게 손상되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행성 고고학은 다른 천체에서 인간의 거주 가능성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쓰레기에 대한 해결책은 제거이지만 유산에 대한 해결책은 보존인 만큼 우주 탐사 잔해물도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저스틴 홀콤 캔자스대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시작돼 다른 대륙으로 확산하고, 이제는 지구를 벗어나고 있다”라며 “지구의 유물과 지형을 이용해 인류의 진화와 역사를 추적하는 것처럼 우주에서도 탐사선, 인공위성, 착륙선을 비롯해 다양한 우주 탐사 시설물은 상당수가 고고학적, 인류학적 가치가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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