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톡톡] 휘어지는 시공간의 비밀, 중력파 100년 만에 찾았다

[사이언스 톡톡] 휘어지는 시공간의 비밀, 중력파 100년 만에 찾았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6-02-11 22:46
수정 2017-10-2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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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가 대체 뭐길래

내가 예견했던 수많은 현상 중 100년 동안 유일하게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중력파’(重力波)가 드디어 발견됐다지? 나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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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중력파’ 태양보다 작지만 밀도와 질량은 더 큰 중성자별이 폭발할 경우 우주 공간에 엄청난 중력파를 발생시킨다. 중성자별 폭발 가상도.
‘아인슈타인 중력파’ 태양보다 작지만 밀도와 질량은 더 큰 중성자별이 폭발할 경우 우주 공간에 엄청난 중력파를 발생시킨다. 중성자별 폭발 가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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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LIGO 연구팀은 중력파 검출 장치를 한층 더 정밀하게 만드는 업그레이드 작업을 마쳤다. LIGO연구소 제공
2015년 9월 LIGO 연구팀은 중력파 검출 장치를 한층 더 정밀하게 만드는 업그레이드 작업을 마쳤다.
LIGO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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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F 공식 발표… 한국 연구진도 참여

미국과학재단(NSF)이 11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 중력파 발견을 공식화했더군. 이번에 중력파를 발견한 연구진은 미국과 한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15개국 83개 연구소 과학자 1006명이 참여한 대규모 연구 집단이라네. 이들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퍼드에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를 만들어 중력파를 측정했어. LIGO는 길이가 4㎞에 이르는 진공 터널을 2개 이어 붙이고 양끝에 거울을 달아 그 사이에 레이저가 오가도록 한 장치야. 중력파가 터널을 지나가면 거울이 출렁이면서 거울이 비뚤어져 레이저의 위치가 변하게 되는 거지. 물론 변화의 폭이라고 해야 원자 하나의 100만분의 1 정도밖에는 안 되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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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시공간의 휨이 중력파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예측했다. 사이언스 제공
1916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시공간의 휨이 중력파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예측했다.
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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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자 조지프 웨버 박사는 중력파 검출 장치를 최초로 개발했다. 웨버는 인공 중력파를 만들어 중력파가 실재하고 자신이 중력파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이언스 제공
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자 조지프 웨버 박사는 중력파 검출 장치를 최초로 개발했다. 웨버는 인공 중력파를 만들어 중력파가 실재하고 자신이 중력파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이언스 제공
●중력, 시공간의 휘어짐 때문에 발생

이번에 발견된 중력파는 각각 태양의 29배와 36배 질량을 가진 블랙홀 2개가 충돌해 새로운 블랙홀이 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더군. 중력파의 존재는 내가 1915년 11월 25일 ‘프로이센 과학 아카데미’에 발표한 ‘중력장 방정식’(일반상대성이론)이란 제목의 논문 발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네.

위대한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중력이란 두 물체 사이에 나타나는 만유인력이라는 힘 때문이고, 시공간과 물체는 아무런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 것으로 봤다네. 그렇지만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공간은 물체의 분포로 인해 휘어지고, 중력은 시공간의 휘어짐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지.

푹신한 소파를 상상해 보게. 거기에 앉거나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으면 아래로 움푹 들어가겠지. 그 주변에 조그만 구슬을 올려놓으면 휘어진 표면을 따라 구슬이 굴러가지 않겠나. 내가 생각한 우주도 마찬가지네. 크기가 크거나 중력이 큰 별 주변은 시공간이 굴절되고, 그 굴절된 시공간을 따라 물체가 움직이게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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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칼텍 연구자들은 중력파 검출을 위해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퍼드에 길이 4㎞에 이르는 ‘ㄱ’자 형태의 진공 터널을 설치하는 계획을 시작했다. LIGO연구소 제공
1990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칼텍 연구자들은 중력파 검출을 위해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퍼드에 길이 4㎞에 이르는 ‘ㄱ’자 형태의 진공 터널을 설치하는 계획을 시작했다.
LIGO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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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남극에 설치된 바이셉2(BICEP2) 장치를 이용해 마이크로파 형태의 중력파를 검출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잘못된 관측으로 밝혀졌다. 미 하버드대 제공
2014년 6월 남극에 설치된 바이셉2(BICEP2) 장치를 이용해 마이크로파 형태의 중력파를 검출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잘못된 관측으로 밝혀졌다.
미 하버드대 제공
●블랙홀 충돌에 시공간 흔들리며 파동

별이 폭발하거나 블랙홀끼리 충돌하는 등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면 시공간이 흔들리면서 파동의 형태로 퍼져 나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중력파일세.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중력파를 관측하면 먼 우주까지 보는 것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파동의 세기가 아주 약해서 측정이 쉽지는 않다는 거야.

미국 메릴랜드대 조지프 웨버 박사가 1969년 초기 형태의 검출 장치를 만들어 중력파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가 중력파란 물리학의 성배를 찾아 나섰다네. 2014년 3월에도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가 ‘바이셉2’라는 특수망원경으로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재검증 결과 ‘우주 먼지’로 판명됐지.

●‘엑스레이’처럼 우주 내부 관측 기대

어쨌든 이번 중력파 발견은 우주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좀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네. 지금까지는 우주를 관측하는 데 주로 전자기파를 사용했는데, 전자기파로는 천체 표면에 대한 정보밖에 얻을 수 없었지. 엑스선이 사람의 몸속을 더 잘 알게 해 줬듯이 중력파는 별의 내부 사정을 잘 알 수 있게 해 줄 거라 생각하네. 만약 빅뱅 초기에 발생한 중력파를 측정할 수만 있다면 우주의 진화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6-02-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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