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25㎝ 넘게 자라면 잘라서 기부 예정
‘남자 공무원이 왜 머리카락을 길러 꽁지머리를 하고 있을까’일년간 휴직을 했다가 이달 복직한 경남 김해시청 도로과 권오현(44) 주무관은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 묶은 꽁지머리를 한 모습으로 출근한다.
머리카락을 기르기 위해 꽁지머리를 하고 있는 김해시청 공무원 권오현씨
권씨가 머리를 기르는 이유는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가발을 후원하는 ‘어머나’(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주위 시선에 예민한 어린 아이들은 머리 카락이 없는 자신의 모습에 위축 될 수 있어 가발이 큰 도움이 되지만 가발 가격이 수백만원에 이르다 보니 선뜻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어머나 운동은 어려운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가발을 무료로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머리카락을 길러 기부하거나 자연스럽게 빠지는 머리카락을 모아 어머나 운동 단체에 보내도 된다.
“지난해 초 간암으로 양산부산대병원에 입원한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 드리기 위해 휴직 하고 병원을 오가며 아버지를 간호하다 소아암병동에서 어머나 운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권씨 아버지는 다행히 치료가 잘 돼 간 이식까지는 하지 않게 됐다.
권씨는 지난해 4월 이발을 한 이후 지금까지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다.
가발을 만드는데 쓰는 머리카락은 길이가 25㎝가 넘어야 한다.
김해시청에 공무원으로 함께 근무하는 권씨 아내는 처음에는 머리카락 기르는 것을 말렸다.
“아내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 불편할 수 있으니 금전으로 후원을 하고 머리카락은 기르지 않는게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는 “아내에게 ‘돈으로 하는 후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머리카락을 길러서 기부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했더니 아내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머리카락이 길러보니 한달에 평균 1㎝쯤 자라는 것 같습니다. 현재 20㎝쯤 자랐는데 오는 6월쯤 25㎝ 넘게 자랄 것으로 예상돼 그때 머리카락을 짧게 남기고 잘라서 기부 할 예정입니다”
부산이 고향인 권씨는 김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04년 김해시에서 공무원생활을 시작했다.
김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