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강 따라 찾아온 경남 합천의 가을
합천 황강 변의 신소양체육공원에 핑크뮬리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벼와 친척뻘인 핑크뮬리는 생태계 위해 논란에도 좋아하는 이들이 워낙 많아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심고 있는 계륵 같은 식물이다.
합천 황강 변의 신소양체육공원에 핑크뮬리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벼와 친척뻘인 핑크뮬리는 생태계 위해 논란에도 좋아하는 이들이 워낙 많아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심고 있는 계륵 같은 식물이다. 신소양체육공원의 핑크뮬리 식재지를 하늘에서 본 모습.
핑크뮬리는 사실 소개하기가 참 애매한, 계륵 같은 식물이다. 생태계 위해성 논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분홍쥐꼬리새’로 번역되는 핑크뮬리는 ‘생태계 위해성 2급’ 식물이다. 강력한 제재는 하지 않지만 식재 자제가 권고되는 식물이다. 위해성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식물인 것이다. 한데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래서 여러 지방자치단체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핑크뮬리를 심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7년 정도 된 핑크뮬리가 이제 우리의 가을 들녘을 온통 점령한 듯한 형국이다.
억새 산책로는 황강 변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볼거리다.
함벽루는 황강 변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볼거리다.
함벽루에서 강 건너 맞은편은 정양레포츠공원이다. 인근에서 ‘내륙 바캉스’ 명소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바캉스’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듯, 공원 앞으로 드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신발을 벗고 발에 닿는 모래알을 느끼며 걷기 딱 좋다. 황강을 따라 왕복 6㎞ 길이의 황강은빛모래길도 조성돼 있다. 오토캠핑장, 경관조명 등의 시설도 갖췄다. 레포츠공원에서 보는 함벽루의 자태도 빼어나다. 새벽 물안개가 감싸는 가을이나 눈 내린 겨울이면 이를 담으려는 사진가들로 붐빈다.
합천 읍내를 살짝 벗어나면 합천호가 기다린다. 1988년 황강 물줄기를 막아 합천댐을 만들면서 생긴 인공호다. 호수 주변 둘레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호수와 산허리를 번갈아 끼고 도는 길이 약 40㎞에 걸쳐 있다. 호수 주변엔 벚나무가 많다. 호수 조성 당시에 조경용으로 식재한 나무들이다. 어느새 굵은 둥치의 나무로 자라 짙은 숲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봄에는 백리벚꽃길로, 가을철엔 단풍길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특히 물안개가 피는 가을 새벽이면 선경이라 해도 좋을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글 사진 합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20-10-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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