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통 찐 매력… 경북 예천용궁순대
용궁순대
경북 예천군은 용궁면이 토끼전에 나오는 용궁과 이름이 같고 용과 관련된 전설과 장소도 많아 토끼간빵을 만드는 등 토끼전 얘기를 홍보에 활용한다. 용궁면에는 물줄기가 용을 닮은 회룡포가 있다. 회룡포를 감싸는 비룡산(해발 264m)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한 곳이고, 낙동강 합류 지점의 늪인 용담소와 용두소는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용궁은 무엇보다 ‘용궁순대’가 유명하다. 면 소재지이지만 즐비하게 들어선 순대집 간판의 위세가 대단하다. 간이역인 용궁역에서 버스정류장까지 800m쯤 거리를 따라 토종순대 전문집 10여곳이 몰려 ‘용궁순대 거리’가 형성될 정도다.
용궁순대집은 60여년 전부터 용궁시장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용궁시장은 우시장으로 유명했다. 장이 서는 날이면 이른 새벽부터 소를 팔거나 사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장터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많은 이들이 간편하고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으면서 순대를 파는 집들이 한둘 생겨났다.
예천 용궁순대 국밥.
우리나라에서 돼지 창자를 이용한 돼지 순대는 최한기가 1830년쯤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농정회요’(農政會要)에 도저장(猪腸)으로 처음 등장한다. 한글 기록으로는 1877년 쓰였다고 알려진 조리서 ‘시의전서’에 나오는 ‘도야지 대’가 처음이다.
용궁순대 거리는 인근 회룡포가 2000년 KBS 드라마 ‘가을동화’, 2009년엔 ‘국민 예능’으로 불린 KBS2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촬영지로 전국에 알려지면서 맛집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회룡포는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휘돌아 나가는 육지 속 섬마을로 예천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오는 곳이다. 근래에는 용궁역과 삼강주막 등이 새로 인기를 얻으면서 덩달아 용궁순대 거리는 더 붐빈다. 특히 경북도청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국내산 돼지 막창에 곡류, 다진 채소 등을 넣어 전통 방식으로 만든 예천 용궁순대.
오징어에 매콤한 양념을 입혀 연탄불에 구워낸 오징어불고기.
예천군은 지역 향토음식인 용궁순대의 브랜드화와 산업화에 나섰다. 2012년 처음으로 ‘예천용궁순대축제’를 개최했고 이듬해엔 ‘용궁순대’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했다. 올해 용궁순대축제는 오는 9월 5~6일 이틀 동안 용궁면 전통시장과 순대거리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축제는 용궁순대 만들기·썰기, 용궁순대 시식회, 영탁 막걸리 시음, 농특산물 판매, 전통놀이 체험, 곤충관찰, 토끼간빵 시식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마련된다.
윤창락(66) 예천용궁순대축제 추진위원장은 “용궁순대축제는 이제 단일 품목 이름을 내건 특화된 축제로 성장했으며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면서 “인근 회룡포와 삼강주막, 용궁역 등 지역 유명 관광자원과 연계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 축제장에는 전국에서 2만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으며 이로 인해 지역 홍보와 경제 활성화에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글 사진 예천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2020-06-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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