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원 눈총·비대면 전환… ‘안식처’ 못 되고 정체성만 흔들

코로나 진원 눈총·비대면 전환… ‘안식처’ 못 되고 정체성만 흔들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0-12-27 17:42
수정 2020-12-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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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문화계 결산] 종교

대구 신천지發 1차 대유행 비난 빗발
전광훈 목사 집회 후 2차 유행 현실화
“종교, 사회 안전 위협 우려 인식 생겨”

천주교 미사 이어 불교 법회까지 중단
온라인예배 늘어 헌금 최대 80% 감소
“믿음 약화… 내년 교세 위축 지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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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종교의 정체성과 사회적 의미, 권위와 역할, 새로운 가능성 등이 두루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1차 대유행의 진원지로 지목받은 신천지는 정부 역학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이만희 총회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서울신문 DB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종교의 정체성과 사회적 의미, 권위와 역할, 새로운 가능성 등이 두루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1차 대유행의 진원지로 지목받은 신천지는 정부 역학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이만희 총회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서울신문 DB
올 한 해 바람 잘 날 없던 종교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어느 때보다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맞았다. 안식을 줘야 할 종교 활동이 코로나19의 매개라는 오명을 쓴 것은 물론, 일부 종교인들이 정치·이념 논쟁에 휘말리고 구설수에 오르며 권위는 추락했다. 한자리에 모여 예배·미사·법회 등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재정이나 결속력 차원에서 종교계 전체의 위축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2월 18일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신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함께 예배를 봤던 신도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속출해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평소 기성 개신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되고 베일에 싸여 있던 신천지 교회는 집단 감염 사태로 조명받으면서 교리와 포교 활동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신천지를 빠져나온 신도들이 신격화, 위장 포교 등 문제점을 폭로하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이어 이만희 총회장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사 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신천지 교회가 역학조사를 위한 요구에 전 신도 명단 일부를 은폐한 채 제공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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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종교의 정체성과 사회적 의미, 권위와 역할, 새로운 가능성 등이 두루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배와 법회 등을 중단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한 상황에서 보수 성향의 전광훈 목사는 8·15 집회를 주도하면서 2차 확산을 촉발시켰다. 서울신문 DB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종교의 정체성과 사회적 의미, 권위와 역할, 새로운 가능성 등이 두루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배와 법회 등을 중단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한 상황에서 보수 성향의 전광훈 목사는 8·15 집회를 주도하면서 2차 확산을 촉발시켰다.
서울신문 DB
극우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이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도 거침없는 반정부 발언과 신성모독으로 눈총을 받았다. 지난 8월 15일 강행된 광화문 집회에는 전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다수 참가했고, 우려하던 2차 집단 감염은 현실이 됐다. 전 목사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뒤에도 마스크를 내리고 통화를 하는 등 방역에 협조하지 않고, 종교의 정치세력화에만 몰두해 비판의 대상이 됐다.

교계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관계자는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개신교가 내부 갈등을 보이고 국민들에게 안식을 주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이창익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연구교수는 “신천지와 전광훈 목사 사태 등으로 이전까지 개인적 차원의 믿음으로 여겨졌던 종교가 사회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어려운 상황에서 평소 청렴과 무소유를 강조하던 ‘불교계의 스타’ 혜민 스님이 남산의 고급저택 등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종교 활동을 통한 감염 우려가 확산되자 모여서 함께 기도하는 전통적 종교집회도 크게 위축됐다. 지난 2월 말 한국 천주교회는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교구에서 미사를 중단했다. 불교도 법회와 성지순례, 템플스테이 등 모든 활동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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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종교의 정체성과 사회적 의미, 권위와 역할, 새로운 가능성 등이 두루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배와 법회 등을 중단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서울신문 DB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종교의 정체성과 사회적 의미, 권위와 역할, 새로운 가능성 등이 두루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배와 법회 등을 중단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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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도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비대면 온라인 예배로의 전환을 서둘렀다. 일부 교회는 자동차 극장처럼 운동장에 세운 차 안에서 목사의 설교를 듣는 ‘승차 예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별 교회 중심의 개신교계에선 예배 방식을 두고 대처 방식이 제각각이었다. 일부 교회들은 방역지침을 무시한 채 종전처럼 예배를 진행해 개신교계에 대한 여론 악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종교 단체로 유입되는 기부금이나 헌금도 대폭 줄었다. 조계종은 사찰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30% 정도의 문화재 관람료가 줄었을 것으로 추산한다. 기도비가 가장 많이 접수되는 9월 중순 백중기도 수입도 절반 이상 줄었다. 개신교도 대형 교회의 경우 30% 이상, 지역 소형 교회는 80%까지 헌금액이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종교계에 기둥이 된 원로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천주교에선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김병상 몬시뇰(원로 사목)과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당시 한국어 교사 역할을 했던 장익 주교가 지난 4월과 8월 각각 선종했다. 6월에는 하루 5분만이라도 참선을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설파해 온 혜광당 종산 대종사가 원적했다. 9월에는 금란교회를 세계 최대 감리교회로 키운 김홍도 목사가 소천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올해 비대면 예배가 일상화되면서 신성에 대한 믿음도 약화돼 내년에도 종교계에 전반적인 교세 위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0-12-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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