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 나가’ 신자들, 가나안으로 이끌다

교회 ‘안 나가’ 신자들, 가나안으로 이끌다

김성호 기자
입력 2019-10-15 17:20
수정 2019-10-16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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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훼손 사과·파면’ 손원영 교수 2년 4개월여 실험 목회 ‘교회 밖 교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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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김천 개운사 법당 훼손 사건을 계기로 학교에서 파면된 손원영(앞줄 맨 왼쪽) 서울기독대 교수와 ‘가나안교회’ 동역자들이 지난 14일 목회 결산 격인 책 ‘교회 밖 교회’ 출간을 계기로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모여 소회를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년 김천 개운사 법당 훼손 사건을 계기로 학교에서 파면된 손원영(앞줄 맨 왼쪽) 서울기독대 교수와 ‘가나안교회’ 동역자들이 지난 14일 목회 결산 격인 책 ‘교회 밖 교회’ 출간을 계기로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모여 소회를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개신교에서 다니던 교회를 나오거나 신앙활동을 중단한 신자를 흔히 ‘가나안 신자’라 부른다. 가나안은 신학적으론 천국의 의미이지만 거꾸로 뒤집어 교회에 ‘안 나가’는 신자를 뜻하는 보통명사처럼 굳어졌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 8월 말 기준 25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신교 신자를 1000만명이라고 치면 25%에 달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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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신자를 올바른 신앙과 교회로 이끄는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하며 실험목회를 이끄는 이가 있다. 2016년 김천 개운사 법당 훼손을 계기로 파면된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다. 손 교수는 법당을 훼손한 개신교 신자 대신 사과하고 복구기금을 모금해 학교에서 쫓겨났다. 복직과 관련한 1, 2심에서 모두 승소했지만 학교 측에선 아직 아무 조치가 없다.

‘가나안 교회’는 손 교수가 파면당한 이후 2017년 7월부터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예술신학과 목회를 실천한 실험 교회로 소문이 났다. 일정한 목회 장소 없이 매주 테마를 바꿔 가며 동역자들과 함께 일궈 온 교회다. 특정 교단이나 교리에 집착하지 않은 채 손 교수가 대학교수나 일반 신도들과 함께 간단한 성찬 예배를 곁들인 토론의 목회로 진행한다. 6개월마다 교회 지속 여부를 신도들과 함께 평가한다. 지금까지 모두 10개 교회를 시도한 끝에 지금은 음식과 음악, 거리 순례, 인문학 등 전문 분야 5개로 특성화했다. 목회마다 15~20명이 참여하며 고정 회원은 대략 1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을 묶은 단톡방에 다음 목회 일정과 장소를 고지해 이어 가는 형태다.

지난 2년 4개월여 기간에 실험 목회를 결산한 책 ‘교회 밖 교회’(예술과영성) 출간에 맞춰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손 교수와 동역자 1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소회를 나눴다. 정해진 모임 장소 없이 불규칙하게 이어가는 목회인 만큼 불편함과 어색함이 많았을 터. 특히 세례받지 않은 이들에게도 성찬을 나누고 불교 법당에서도 목회를 여는 열린 신앙 탓에 기성 기독교계로부터 받는 이단 취급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사동에 모인 동역자들은 어느 교회에서도 보지 못한 열린 목회에 많이 놀랐고 갈수록 애정을 느껴 적극 참여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인문학 목회인 후마니타스 가나안교회에 동역자로 참여하고 있는 이강선 성균관대 초빙교수(영문학)는 “살면서 부닥친 궁극적인 질문에 답을 받지 못해 기성 종교에서 나왔다”면서 “강요 없이 함께 설교하고 거리낌없이 토론하는 소통의 종교에 빠져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골목길 순례를 이어 가는 길 위의 가나안교회에 동참하고 있는 옥성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여가경영학)는 “손 교수의 가나안 교회는 한국교회에 희망의 작은 씨 뿌리기를 실천하고 있다”며 “가나안교회의 목회를 통해 골목마다에 깃든 장소성과 근현대사, 한국교회사를 더듬어 가며 상처받은 영혼을 구하는 거룩한 구라(求癩)를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대과학 목회인 STEAM 가나안교회에서 동역하는 최승언 전 서울대 사범대 교수(천문학)는 “신도 개개인의 신학적 이해에 자연과학을 접목하고 있지만 잘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자연과학 지식을 공유하려는 가나안교회 신자들을 보면서 흐뭇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예술신학 목회에 참여하고 있는 심광섭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진선미의 개념은 기독교 역사 속에서 표현돼 온 하나님의 속성”이라며 기독교 신앙을 자발적으로 즐기고 하나님의 아름다움으로 형태화하려는 가나안교회의 시도에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손 교수는 2년 4개월여 가나안 목회를 이끌어 왔지만 목회 때마다 예배가 열릴 수 있을지, 참석자가 얼마나 될지를 놓고 고심한다. 그래서 ‘오늘도 무위이화(無爲而化·힘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변하여 잘 이루어짐)의 기적은 계속되었습니다’라는 말로 예배를 시작한다고 한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9-10-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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