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양심적 병역거부 80년… 현재를 보다

한국 첫 양심적 병역거부 80년… 현재를 보다

김성호 기자
입력 2019-08-20 17:24
수정 2019-08-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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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의 증인 특별전·국제대회

새달 4~29일 ‘등대사 사건’ 회고전
1939년 日, 징병 거부 신자 체포·수감
당시 재판 기록 6000쪽·사진 등 전시


새달 13~15일 66개국 6만 5000명 방한
600명 침례 등 예정·대체복무 관심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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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인 ‘등대사 사건’(1939년)으로 체포된 여호와의 증인 신자 옥지준씨에 대한 일본 경찰 신문 조서. 여호와의 증인 제공
한국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인 ‘등대사 사건’(1939년)으로 체포된 여호와의 증인 신자 옥지준씨에 대한 일본 경찰 신문 조서.
여호와의 증인 제공
양심적 병역거부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여호와의 증인들이 공개적으로 움직인다.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특별전시회를 마련하는 데 이어 전 세계 여호와의 증인들이 대규모 국제대회를 연다. 지난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대법원 무죄 선고 이후 여호와의 증인이 추진하는 이례적인 집단 행사들이어서 주목된다.

다음달 4~29일 여는 ‘변하는 역사, 변하지 않는 양심’ 특별전은 한국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인 ‘등대사 사건’ 80주년을 회고하는 자리이다. 등대사란 여호와의 증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파수대(Watchtower)의 일본식 표현. 일본 경찰은 1939년 6월 29일 일왕 숭배와 징병을 거부하는 등대사원(여호와의 증인 신자) 33명을 치안유지법 위반 명목으로 체포·수감했다. 당시 수감자들은 평균 4년 6개월의 옥고를 치렀으며 이 가운데 6명이 옥사했다. 1932년 서울에서 열린 ‘여호와의 증인 대회’ 참석자가 45명이었음을 볼 때 당시 여호와의 증인 대부분이 구속된 셈이다.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 1호’라는 옥계성씨는 자신을 포함해 장·차남 부부가 모두 옥고를 치렀다. 3남은 일본에서 옥사했다. 옥계성씨의 증손자인 옥규빈씨는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결 이후 대체복무를 기다리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 측이 20일 서울신문에 제공한 재판기록을 보면 옥계성씨의 차남 옥지준씨는 법정에서 이런 진술을 남긴 것으로 돼 있다. “천황(일왕)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여호와 하느님의 인간을 죽이지 말라는 가르침이 성서에 쓰여있는 이상 그 명령에 복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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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스페인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경기장에서 열린 여호와의 증인 국제대회 모습. 다음달 12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전 세계 6만 5000명의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대회가 열린다. 여호와의 증인 제공
지난달 20일 스페인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경기장에서 열린 여호와의 증인 국제대회 모습. 다음달 12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전 세계 6만 5000명의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대회가 열린다.
여호와의 증인 제공
여호와의 증인은 그동안 입소문으로만 전해지던 등대사 사건의 재판 기록 6000쪽을 최근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확인, 다음달 특별전시회에서 관련 자료들을 사진과 함께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여호와의 증인 지역 대변인 홍영일씨는 당시 여호와의 증인들이 옥고를 치렀던 시설 측과 전시 장소를 최종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13~1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여호와의 증인 국제대회도 이례적인 행사다. 66개국에서 1만명의 해외 방문객을 포함해 6만 5000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교단의 최대 행사가 될 전망이다. ‘사랑은 없어지지 않습니다’를 주제로 여는 이번 대회에선 성경에 근거한 여호와의 증인 신자 연설과 영화 및 다큐멘터리 영상 상영들로 진행된다. 행사 도중 국내외 600명이 침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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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스페인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경기장에서 열린 여호와의 증인 국제대회 모습. 다음달 13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전 세계 6만 5000명의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대회가 열린다. 여호와의 증인 제공
지난달 20일 스페인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경기장에서 열린 여호와의 증인 국제대회 모습. 다음달 13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전 세계 6만 5000명의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대회가 열린다.
여호와의 증인 제공
이 대회는 지난 5월부터 연말까지 전 세계 6대주 주요 도시에서 번갈아 가며 열리는 국제대회의 일환이다. 참석자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수감 등 오랜 기간 수난을 겪었던 한국 신자들을 위로하고 최근 진행 중인 대체복무와 관련해 토론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선고 이후 939건의 병역법 재판 중 24건이 무죄 확정됐으며 915건이 재판 진행 중이다.

라이베리아에서 선교활동 중 국제대회 참석차 최근 입국한 필립 프로사(스위스)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양심적 병역 거부로 어려움을 겪어도 항상 충실함을 유지한 한국의 동료들로부터 큰 격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912년 한국에 들어온 여호와의 증인은 전 세계 240개국에 신자는 858만명에 이른다. 이 중 한국 신자는 10만여명이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 가르침을 초창기 그대로 실천함을 가장 중시하며 호별 방문 전도와 엄격한 도덕적 삶 유지를 강조한다. 한국에선 집총과 수혈을 거부하는 종교로 알려져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9-08-2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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